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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좌·우뇌의 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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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5.07.23 18:2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강 명 수 예촌문화벤처 대표

아프리카 수단 톤즈에서 의료봉사를 하다 돌아가신 이태석 신부의 삶의 흔적이 몇 년 전 방송에 소개되며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었다. 이 젊은 신부의 일대기는 우리나라 전역을 감동시키더니, 영국 의회, 미국 교포사회, 미국 교회와 수도원에도 등장하고 로마 교황청에서도 이태리어로 더빙되어 상영이 되었다는 보도였다.

교황님은 보지 않았지만 추기경들 특히 시성을 담당하는 분도 보았으며 상당히 감동을 받았고 도덕적 해이가 만연된 요즘 같은 사회에 큰 표상이 될 것이라는 성명도 있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아프리카의 빈곤한 사람들과 한센병 등 고통 받고 병든 사람에게 다가간 신부님의 선행과 희생이라는 고귀함 때문이었지만, 아직도 내전중인 그 지역에서의 총격전,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도 어린이들에게 음악의 세계로 이끈 것 등 다양한 각도에서 신부님의 행적을 닮은 영상의 힘이라고도 볼 수가 있었다.

지난달 29일 제2 연평해전 희생자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을 보다가 몇 년 전 연평도 희생 병사 1주기 위령식이 떠올랐다. 대전 국립묘지에서 거행되는 것을 방송중계를 통해 보았는데, 그 잠깐의 시간 속에 비친 모습들을 보며 많은 것들이 스쳐갔다.

여느 행사중계 방송은 원래 따분하고 평범한 영상이었지만, 이날 영상 카메라는 심층적이고 감성적인 화면을 포착하여 시청자에게 보여주었다. 그때가 11월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늦가을 비가 추적거리며 내리는 가운데 검은 재킷을 입고 비를 그대로 맞고 서있던 행사 참가자들의 모습과 미망인의 얼굴에서, 빗물과 함께 흘러내리는 눈물이 짧은 장면 속에 스쳐 지나가며, 그분들의 슬픔이 강하게 가슴까지 전해져왔다.

이어 쏟아지는 빗줄기 소리와 함께 어머니 합창단의 군가 합창소리는 비록 전쟁 중은 아니지만, 당시 정치권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좌우로 격하게 나뉘어 남남갈등으로 골이 깊이 팬 작금(昨今)의 현실 때문에 오히려 더 뭉클하게 다가왔다.

수십 년 전 나시찬이라는 대전 신탄진 출신 탤런트가 주연하며 인상적인 연기로 한국전쟁을 그린 연작 ‘전우’라는 TV 드라마가 있었다. 드라마 속에서 남성 중창단 ‘별넷’이 부른 “구름이 간다. 하늘도 흐른다. 피 끓는 용사들도 전선을 간다…” 라는 주제곡은 아름다운 멜로디에 서정성 짙은 가사였는데, 그날 행사에 바로 그 노래가 합창단에 의해 불려졌다.

당시 드라마 속에서 철모를 쓴 국군들의 영상이 오버랩 되며 가을비 속에 비춰지는 화면은 유족들의 차디찬 심정을 대변하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영상이라는 미디어의 힘은 무감각한 상태였던 시청자들에게 산화한 군인들의 고귀한 희생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하고, 성숙한 인간의 감정을 되살아나게 할 수 있다.

뛰어난 영상을 찍는 테크닉을 기르려면 우수한 좌뇌를 가져야 하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감동을 줄 수 있는 섬세한 내용을 만들려면 우뇌를 곁들여야만 한다.

이태석 신부의 발자취를 그린 대전 출신 PD도, 그날 위령식 화면을 잡은 카메라맨도, 그리고 ‘전우’라는 곡을 선별하여 어머니 합창단에 부르게 한, 행사의 음악 기획자도, 모두 좌·우뇌가 함께 발달한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뇌 과학 전문가들은 인간은 변신을 통해 충분히 좌·우뇌, 양 분야를 발달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사람마다 타고난 선천적인 것보다는 음악과 영화감상, 독서 그리고 논리적 사고, 계산 등 어느 쪽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학습과 취미를 통해서 동시에 힘쓰면, 좌·우뇌 양쪽의 발달에 놀라운 성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의사인 이태석 신부는 좌뇌가 발달하였겠지만, 한쪽 뇌만 발달한 사람들과는 달리 따뜻한 마음씨와 함께 음악에도 조예가 있는 뛰어난 우뇌의 소유자였기에 그런 훌륭한 일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강 명 수 예촌문화벤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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