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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지식인에게 요구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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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6.12.29 13:1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정여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충청신문=정여주 청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의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면서 지도자의 부재가 가져온 문제점들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취임 후 미국에 동반한 청와대 대변인이 여대생 인턴 성희롱부터 시작해서 세월호, 메르스, 검찰부패, 최순실 국정농단까지 발생한 사건들은 우연히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필연적으로 구조화되어 있었던 것 같다.

프랑스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지식인을 위한 변명'이라는 책을 통해서 지식전문가와 지식인을 구분하고 있다. 즉, 어떤 분야에 깊은 학식을 갖췄거나 최고의 기술력을 지녔다고 지식인이 되는 것은 아니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문직업인들이나 학자들은 지식인이 될 자격을 갖춘 지식전문가일 뿐이다. 지식인은 여기에 더해 사회의 모순을 제대로 바라보며 사회적 책임감을 다할 때 도달하게 됨을 설명하고 있다.

이처럼 지식인은 시대의 문제를 민감하게 인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는 존재이다. 이러한 문제의 발견과 문제의 해결의 과정에서 지식이 만들어지고, 지식이 축적되고, 재생산되기 때문에 지식은 마땅히 공적이며 윤리적인 훈련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지식 생산 과정에 깊이 관여하지 않고 단지 만들어진 결과만을 수용하는 사람은 윤리적일 수도 없으며 자존감도 자부심도 저항감도 없는 기술자일 뿐이다.

샤르트르는 지식인의 어원이 '지식인이란 자신과 관계없는 일에까지 참견하는 사람'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의미였음을 제시하고 있는데 자신의 이익에만 집착하고 자신과 관계없는 일에는 결코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최근의 지식인등에게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가의 위기상황에서 혹은 사회적 문제에서 전문가들이 침묵한 채 잘못된 정책들을 그대로 지나쳐버린다면 과연 사회는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사회분위기 탓인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협하는 가짜 지식인들이 난무하고 있다.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 가습기 살균제 문제만 하더라도 살균제의 독성을 알면서도 실험을 조작해준 전문가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한 사회의 정의를 판단해야 할 법조인들이 권력의 하수인 역할을 앞장서 하기도 한다. 최근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권력에 편승한 이 시대에서 선별된 지식인들이다. 이들은 더 이상 지식인들이 아니었으며 단지 탐욕에 찌든 기술자들이었을 뿐이다. 얼굴색 하나 변화 없이 거짓을 이야기하는 이들에게 도덕성이라는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아이의 사생활’이라는 도서에서 도덕성은 양심, 공감, 이타성으로 구성된 ‘마음’과 자제력, 책임감, 분별력, 공정성으로 된 ‘생각’, 그리고 마음과 생각의 결실인 ‘행동’으로 표현되는데,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도덕성이 높은 아이들이 자기 삶에 대한 만족도 및 행복도가 높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도덕성은 훈련과 연습으로 생기고 결국 도덕성이 삶의 질을 바꾼다는 것이다. 각종 도덕성은 우리사회의 많은 이들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하지만 부패를 용인하면 할수록 공정한 사회로의 면역력은 급격히 떨어지게 된다. 이처럼 각종 부패를 묵인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 모두 끊임없이 깨어있어야 하고,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기본에 충실한 도덕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도덕적이지 못한 정부로 국민들은 광화문에 모여 촛불을 든 결과로 대통령은 탄핵되었다. 그러나 한발 더 나아가 대통령 부재로 잠시 자리를 부여받은 사람은 대통령의 준하는 의전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각종 사회 지표가 불안한 상황에서 나라가 위기에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 의전이 문제인가? 대한민국이라는 배가 좌초되게 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뛰어도 부족할 판에 헌신하기 보다는 대통령으로서의 의전을 요구하는 지금 국민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 그 역시 행동으로 표현되는 도덕성의 재습득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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