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장. 허 시장은 이 자리에서 고개를 숙였다. 전날 폭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했다. 취임 두 달도 채 안된 수장이 머리를 조아린 것이다. 순간 배석한 간부들의 표정에는 곤혹스러움이 묻어났다.
이후 두차레 더 많은 비가 내렸다. 대전시의 대처는 이전과 달랐다. 재난에 대처하는 태도가 확 바뀌었다.
또 한 차례의 폭우가 예고된 3일. 시는 긴박하게 움직였다. 다시는 이전과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비장함이 엿보일 정도였다. 비상대책반이 가동되고 긴급 재난 문자도 실시간으로 전송했다. 이날 오후 5시 57분 ‘퇴근길 교통안전 요망’을 시작으로 다음날 오전 10시 39분까지 총 5차례 알람 벨이 울어 댔다. 과하다 싶을 정도였다.
‘넛지’ 가 제대로 통한 것이다.
피해의 크고 작음을 셈하자는 게 아니다. 시민들의 안전을 최우선 시 해야하는 공무원들의 재난 대처 태도를 얘기하는 것이다.
만약에 허 시장이 28일 재난 피해에 대해 호통을 치면서 질책을 했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결론은 같은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문제를 풀어나간다면 그 것이 상책이다.
앞으로 만의 하나 재난 때문에 인명 피해라도 난다면 허 시장은 시청 남문광장에 멍석을 깔고 석고대죄에 들어갈 지도 모른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광경일 것이다.
직원 옆구리를 살짝 찌른 허 시장이나 이를 제대로 알아듣고 움직인 직원들. 이심전심이다. 이제 막 새출발을 한 민선 7기 대전 시정이 이렇게 ‘현명’했으면 하는 게 시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허 시장이 넛지 효과를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그 것은 중요하지 않다. 여기서 교훈을 얻었으면 됐다. 진즉에 그렇게 할 것이지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보다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더욱 더 중요하다. 허 시장이 재임 기간 중 다시금 고개를 숙이는 일이 없도록 시장 당사자나 직원 모두가 ‘28일 사태’를 뇌리에 각인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