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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건설분야, 디자이너 파워를 강화해야

도순구 충남개발공사 관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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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1.05 14:26
  • 기자명 By. 충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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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서구의 선진도시를 방문할 기회가 더욱 많아 졌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파리, 스톡홀름, 바르셀로나 등과 같은 도시들을 탐방하면서 부러움을 느끼는 것은 이 도시들이 독특한 건축물과 시설물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는 점과, 이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도시경관을 창출하여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이 시설들이 어트랙션(attraction)을 갖는 중요한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도시들은 어떻게 해서 이러한 아름다운 건축물과 시설물을 보유하게 되었을까? 물론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공통점은 설계전문가 즉, 아키텍트(architect), 디자이너 등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그 바탕이 되었다는 점이다.

우선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예를 보자. 우리는 이 성당을 파밀리아 대성당보다는 가우디 대성당으로 기억한다. 안토니 가우디라는 건축가의 이름이 그 건축물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인근에 있는 구엘파크도 후원자인 구엘의 이름은 붙여졌으나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 모두가 가우디의 작품임을 잘 알고 있다. 그만큼 설계자인 디자이너의 파워가 강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건축뿐만이 아니라 다른 토목시설물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샌프란시스코는 하나의 교량에 불과한 금문교(Golden Gate Bridge)가 제1관광지가 되었고 설계자인 조셉 스트라우스((Joseph Strauss)의 동상을 세워 그 공적을 기리고 있다. 미국 서부 오리건주 포틀랜드시를 통과하는 고속도로인 ‘히스트릭 컬럼비아 리버 하이웨이(’Historic Columbia River Scenic Highway)는 마치 우리나라의 한강 올림픽도로처럼 컬럼비아강변을 따라 이어지는데 이 절경을 즐길 수 있는 도로의 설계자인 사무엘 랭커스터((Samuel Lancaster)를 기리는 기념관이 자리하고 있고, 랭커스터의 창조성에 의해 한 폭의 그림 같은 도로가 만들어 진 것에 대해 그 디자이너에게 감사하는 현판이 설치되어 있다.

이처럼 선진국들이 창조적인 영조물을 설계한 디자이너들에게 무한한 존경과 찬사를 보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매우 냉혹하다. 전국 도처에 산재되어 있는 건축물과 시설물의 설계자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 주택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건설업체의 이름만 기억할 뿐 설계자가 누구인지는 기억하지 않는다. 이러한 풍토와 관행이 지속되다 보니 ‘브랜드 파워’가 강해지는 반면에 ‘디자이너 파워’는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상은 디자이너들의 사회적 위상과 대우의 약화로 이어져 우수한 인재들의 외국 유출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어느 한 엔지니어가 한국에서 자신이 너무나 저평가되는 것에 대해 좌절을 느껴 미국으로 건너가 근무하면서 두 나라간 엔지니어에 대한 위상과 대우를 비교하는 내용의 서적을 저술하여 많은 엔지니어들의 공감을 얻은 바 있다.

최근의 현실은 이러하지만 사실 우리나라는 엔지니어를 우대할 줄 아는 나라였다. 약 천삼백년 전에도 우리 조상들은 엔지니어의 공덕을 기렸던 기록이 있다. 국보 제29호인 성덕대왕신종이 바로 그것이다. 그 종의 표면에는 1000여자의 글씨가 새겨져 있고 그중 주종(鑄鐘)에 관여한 주종대박사 대나마 박종일(朴從鎰) 등 4명의 기술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참으로 고맙고 감동적인 기록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 기술자들은 1300여 년간이나 그 이름이 빛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시대가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다. 우리도 창조적이고 특색 있는 건축·시설물을 창안해낸 우수한 디자이너들을 선정하여 상응하는 우대를 해 주어야 한다. 또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칭찬하는 플랜들이 계획되고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 디자이너 파워가 좀더 강해 지고, 국민들이 기억해 줄때 그들은 최선을 다해 창조적이고 독특한 건축물과 시설물을 구상하고 설계에 담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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