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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속으로] 불청객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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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0.02.24 14:26
  • 기자명 By. 충청신문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강희진 음성예총 부회장
최근 TV에서 방영해 시청률이 높았던 ‘사랑의 불시착’은 내가 재미있게 본 주말드라마이다. 더구나 몇 장면은 음성에 와서 촬영을 했다. 그러니 그 장면이 나올 때면 내가 아는 장소가 ‘저렇게도 변하는구나, 저렇게 로맨틱한 장면으로도 표현이 되는구나’ 하면서 보는 재미도 있었다. 오늘도 같이 점심을 먹었던 지인이 눈 속을 걷고 있는 배우 현빈의 사진을 직접 찍었다고 보여줬다. 그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여자주인공인 손예진의 대사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사람이 죽으면 짧은 순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펼쳐진다고 하면서 남자 주인공과 함께 한 순간순간이 떠오를 거라고 하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몰두해서 보다가 얼마 전 겪었던 일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지난 1월 설에 군산 언니 집을 다녀왔다. 그러고 1주일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8번째 환자가 군산에서 발병 했다는 말을 들었지만 내가 사는 금왕읍과 멀리 떨어져 있어 언니에게 조심하라는 안부전화만 했다. 그랬는데 다음날 다급하게 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설에 내려왔을 때 목욕탕을 우리가 몇 시에 갔느냐고 물었다. 왜 그러느냐고 했더니 우리가 목욕탕에 갔던 날 8번째 확진환자가 목욕탕을 다녀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전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목욕탕에 있었던 사람들은 신고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세히 알아보겠다며 일단 집에 있으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언니가 다시 전화오기까지 5분여의 시간동안 지난 일주일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내가 어디를 방문했는지 일주일 동안의 여정이 순간 휙 휙 빠르게 지나갔다. 여성회관에서 200여분의 어르신들 경노식당을 운영했고, 회의를 2번 다녀왔고 저녁 모임이 있었다. 또 체험촌을 내려가서 직원들과 입주 작가들을 만난 일들이 선명히 어제 일처럼 그려졌다. 평소 같으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야 했는데 그 짧은 순간 일주일이 다 펼쳐졌다. 당황해 하고 있는데 언니한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아야 목욕탕 이름이 같아서 깜짝 놀랐다. 우리가 간 목욕탕이 아니라 다른 지점이란다”했다. 이름이 같은 목욕탕이 군산시 00동과 00동에 있었는데 우리가 간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전화를 끊고도 생각하니 그 목욕탕이었으면 어쩔 뻔 했나 하는 생각에 아찔했다. 그랬다면 의도치 않게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염 시킨 사람이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 나와 접촉한 그 많은 사람들이 2주간의 격리를 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 또한 중국 우한 교민들의 격리 시설이 충북혁신도시로 결정 났을 때 처음에는 많은 우려를 했었으니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하다.

겨울답지 않게 연일 포근한 날씨가 계속 되고 있다. 하지만 포근함을 느낄 수 없이 코로나19로 모든 일상생활이 마비되어 버렸다. 한동안 잠잠해져서 이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 갈 수 있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 며칠 대구 지역에서부터 시작해 전국에서 많은 확진환자가 발생함에 따라 다시 지역 사회가 긴장하고 있다. 꾸준히 해오면 경노식당도 당분간 중단을 결정했고, 사람이 모이는 시설은 휴관이 결정됐다. 작은 모임들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그러니 더 뒤숭숭하다. 거기다 오늘 승무원인 큰아이가 2달간 무급휴가를 신청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경제적 여파까지 피부에 와 닿는다.

불청객이 빨리 떠났으면 하고 간절히 바란다. 이럴 때 일수록 서로를 배려하고 염려하는 성숙한 국민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할 때라고 본다. 나 또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정확히 알고 예방 수칙을 준수하여 더 이상의 확산을 막는데도 동참해야 겠다. 불청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에서 빨리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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