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궁남지의 연꽃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꽃대를 내밀고 수줍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 정원이자 무왕과 선화공주의 러브스토리가 전해져 내려오는 궁남지 일원 12만여평의 연꽃단지에는 1400년만에 깊은 잠에서 깨어난 전설의 연꽃으로 알려진 오가하스 연, 멸종 위기식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는 가시연, 최대 3미터까지 자란다는 빅토리아연을 비롯한 홍련, 백련, 황금련, 수련 등이 오는 7월 21일부터 시작되는 제9회 서동연꽃 축제 개막에 맞추어 일대 장관을 연출할 예정이다.
특히 서동공원 연꽃단지의 특징은 연꽃 사이로 편안한 8km의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하이힐을 신고도 다양한 연꽃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연인들에게 인기 만점 데이트 코스이며, 다양한 수생식물과 수서생물인 물새들과 각종 곤충들을 볼 수도 있어 어린이들에게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현장이자 자연학습장으로 가족 나들이에 최적의 장소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궁남지가 국내 최고의 역사 생태관광지로 부활하기 까지는 관계 공무원들의 구슬땀이 있었다. 현재 고도문화사업소에 근무하는 연꽃남자 이계영 주무관의 구리빛 얼굴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부여 연꽃단지는 2001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인근의 왕포천보다 지대가 낮은 궁남지로 시가지 생활하수가 모여 심한 악취가 진동했고 1965년과 1971년 발굴조사 완료 후 30년여 동안 미정비로 인한 농작물 무단 경작으로 사적지 경관이 심하게 훼손돼 하루 평균 100명도 찾지 않는 시골 방죽에 지나지 않았다.
발상의 전환과 혁신이 있었다. 사적지로의 개발이 제한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기존의 전답 지형을 최대한 살려 수생식물 식재를 통한 역사 생태관광지를 구상하고 불교의 나라 백제의 상징적인 꽃인 연꽃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2002년부터 12만평의 면적에 백연지, 홍연지, 각종 수련류와 수생 식물군 등 50여종이 식재되기 시작했고 2003년부터는 연꽃축제를 개최해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하면서 입소문이 났다. 연간 25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축제기간에는 일일 3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한마다로 대박이 난 것이다.
오늘도 연꽃단지의 하루해는 짧기만 하다. 매년 새로운 신품종을 추가로 식재하는 것은 물론 노화와 퇴화 방지를 위해 비배관리를 1년 주기로 하고 있다. 휴면기에는 수질 관리를 실시해 병충해에 강한 내성을 키우고 있다.
이종관 고도문화사업소장은 “이번 연꽃축제를 통해 백제고도 부여에서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연꽃도 보고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 친구들과 함께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부여/윤용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