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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스님의 마음이야기] 걸어가는 길, 걸어야 하는 길

보안스님 호주 시드니 보리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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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11.01 15:31
  • 기자명 By. 충청신문
보안스님 호주 시드니 보리사 주지
보안스님 호주 시드니 보리사 주지

사람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신체의 부위 가운데 입 다음으로 손 그리고 발이라고 할 수 있다. 입은 산소공급부터 음식 공급 그리고 생각을 표현하기 때문에 가장 많이 쓰이고 그다음은 손인데 다른 것들을 자신과 연관되도록 하는 데 쓰이므로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버리는 동작에서 주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발은 전신을 지탱하는 역할부터 걷기나 달리기 또는 운동할 때 꼭 필요한 부위입니다.

발로하는 동작 가운데 내가 가장 즐기는 것은 걷는 것입니다. 왜냐면 발만을 움직여서 많은 것들을 볼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전에 도시에 살 때는 거의 매일 아침에 게으른 생각에 나의 마음이 정복당하지 않는 날이면 일찍 일어나서 두 시간 이상을 걷곤 하였습니다. 매일 똑같은 길을 가는 것 같지만 매번 색다른 것을 발견을 할 수 있어서 좋았었기 때문에 하루 가운데 걷는 즐거움을 버리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누구와 같이 산책을 하는 날을 제외 하고는 혼자 걷는 그 시간은 나만의 시간이므로 일어나기 싫은 마음을 달래며 걸었습니다.

그러다가 숲길이 바로 옆인 동네에 이사를 왔는데 걷는 날은 전처럼 많지는 않지만, 가끔 걸을 때면 자연의 소리와 향내가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높은 고층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시드니 도시의 빌딩 숲을 걷는 느낌과 파란 하늘과 초록색 빛깔과 울긋불긋 핀 꽃이 있는 울창한 숲길에 있을 때의 느낌은 아주 다릅니다. 아스팔트 위를 걸을 때는 딱딱함이 발바닥으로 전해 오는 데, 마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건조해져 가는 마음을 연상하게 하고 흙길을 걷고 있노라면 풋풋한 시골 사람들의 정이 떠오릅니다. 처음엔 포장된 길을 한참을 걸었던 까닭에 정비가 되지 않은 흙길로 다시 돌아와 자갈과 흙이 깔린 산길에 발을 내딛는 것이 불편함을 잠시 느꼈었는데 태생이 시골인 나의 발은 나도 모르게 걸음걸이가 바닥에 달라붙는 감각으로 1시간 오르락내리락 걷는 길이 인제 익숙해졌습니다.

오늘 아침에 숲을 걷다가 문득 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길이 내가 가는 길이고 어디로 가야 잘 갔다고 할 수 있는가?’ 이 생각이 드는 순간 옆에 함께 걷고 있던 분의 마음을 잘 살펴주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걷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앞에서 말한 빌딩 숲의 길이나 산길 그리고 시골길은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쩔 수 없이 걸어가는 길이고 그 밖에 다른 길들이 있는데 그것은 정신적인 길입니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을 길로 표현을 해서 ‘도(道)’라는 한 글자로 축약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도리’라는 표현으로 살아가는 방향을 제시했고 거기에 맞추어 살아가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요즘의 사람들도 물론 각자의 ‘도’를 지니고 삽니다.

일반적으로 상인은 상인의 도리인 상도(商道)가 있어야 하고 의사는 의사로서 해야 할 도리인 의도(醫道)가 있어야 하고 교육에도 도리가 있어야 하며 운전을 하는데도 운전의 도가 있어야 도로에서 사고가 나지 않으며 가족 간에도 각자의 도를 지켜야 화목한 가정이 되고 크게는 사회에서도 세상의 도리를 잘 지킨다면 즐겁고 행복한 사회가 됩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주변의 자연환경뿐 아니라 가족이나 학교 또는 사회를 통해서 많은 길이 있음을 배우고, 걸어가고 있는 길을 알게 되고,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어쩔 수 없이 끌려서 어느 길을 가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도 어떻게 보면 그 길이 자신의 길인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현재 있는 길이 어느 길이며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길을 가야 할 것인가라는 답을 기본적인 도리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잘 찾으면 스스로와 주변이 행복하게 변해 갑니다.

꽃이 피면 꽃을 쫓아서
바람 불면 바람을 따라서
가고 가는 길 행복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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