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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썰매장의 추억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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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11.07 16:55
  • 기자명 By. 충청신문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추운 겨울 논과 개천에서 썰매를 타던 유년 시절을 떠올리면 괜히 신이 난다. 겨울방학이면 으레 아침에 나가 마을 어귀 꽁꽁 얼어붙은 얼음판 논에서 썰매를 탔다. 언 손을 호호 불면서 논두렁 장작더미에 불을 붙였다. 썰매장 비닐 천막 안에서 먹던 고구마, 밤은 군것질거리로 그 무렵 놓칠 수 없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였다.

그 시절엔 참나무를 톱으로 잘라서 뼈대를 만들고 대패질로 깔끔하게 만들어 균형을 잡고 두 다리 사이에 굵은 철사로 썰매를 만든다. 얼마나 단단하게 만드느냐에 따라서 썰매왕이 되기도 한다. 형편이 조금 나은 사람은 스케이트 날을 번쩍거리며 보란 듯이 어깨에 걸고 동네 골목을 활보했던 기억도 있어 웃음이 절로 난다. 특히나 살얼음이 얼어있는 곳으로 달리면 푹 꺼지는 그 재미는 아마 안 타본 사람은 모를 것이다. 초보인 나는 가다가 얼음에 빠져 옷을 적시기도 하고, 젖은 장갑을 장작불에 말리다 태우기도 했다.

아침에 집을 나와 계곡을 타고 이웃 마을까지 가기도 하는데 잘못 들어가 싸움도 나고, 도망 나오기까지 무수한 일들이 많았다. 또래들은 한동네에서 자치기, 고무줄놀이, 얼음판에 팽이 돌리기 등 매일 돌아가면서 놀았다. 우리는 팀을 정해 썰매 잘 타는 애를 선정하여 맹연습을 시키기도 했다. 마을 대항 시합을 해서 이기면 썰매를 가져오는 것이다. 그러기에 눈을 부릅뜨고 연습을 했다. 때로는 썰매를 뺏기고, 빼앗아 오기도 하고, 썰매를 만들기도 했다. 한겨울 내내 이런 재미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썰매를 타다가 배가 고프면 계곡으로 달려갔다. 얼음을 깨면 돌멩이 사이로 겨울잠을 자는 가재를 잡았다. 그때는 환경이 오염되지 않아 얼음을 깨서 먹기도 하고, 고기도 잡아 짚에 구워 먹었다. 그 맛은 비린내도 나지 않고 고소하기까지 하였다. 겨울바람은 시린데 코끝을 때리고 콧물이 얼어 시려도 짚불에 손을 녹여가며 얼굴에 검정 짚이 묻어도 서로 바라보며 마냥 즐거웠다.

해가 저물어서야 한 손에 썰매를 들고 각자 집으로 들어간다. 온종일 집안일은 제쳐놓고 돌아다녔으니 아버지의 불호령은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어머니는 눈을 한번 찡긋하시고 화롯불에 밤을 굽고 고구마도 구워주셨다.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펴 구들장은 따끈따끈하고 겨울밤은 포근하게 깊어만 갔다.

요즈음 스키와 스노보드 같은 고급 레저에 밀려 인기가 시들해진 스케이트가 새삼스레 주목을 받고 있다. 아마도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내핍이 미덕으로 되어버린 탓에 절약형 겨울 레저 스포츠로 떠오르는 듯싶다. 게다가 올겨울 스케이트장에는 추억의 썰매까지 등장한다. 눈썰매에만 익숙한 아이들에게 얼음판에서 지치는 썰매는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

며칠 전 보령시와 진주시에서 추진하는 스케이트장 시설 제안 평가에 참여하며 유년 시절을 떠올렸다. 진주시는 지난해에 이어 남부지방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겨울철 동계스포츠 기회 제공과 시민의 겨울철 놀거리, 즐길 거리를 충족시키고자 정성을 다하고 있었다. 또한 보령시도 해마다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아주 특별한 겨울 낭만의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 대천해수욕장 머드광장에서 스케이트 테마파크장을 운영한다. 보령 스케이트 테마파크장은 사계절 글로벌 해양관광 명품도시를 지향하는 보령시의 관광 콘셉트와 맞물려 지난 2016년 첫 개장하여 20여만 명이 이용하는 겨울철 대표 즐길 거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대 400명까지 동시 입장이 가능하다. 특히 아이스 튜브 슬라이드는 비치된 튜브를 타고 6.7m의 높이에서 아이스 슬라이드 위를 타고 내려와 짜릿함과 속도를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스케이팅은 얼음 위에서 하는 운동이므로, 체온을 유지할 수 있고 쉽게 젖지 않는 옷차림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스케이트 부츠는 자신의 발 크기보다 5mm쯤 큰 것을 고르면 된다. 스케이트를 신은 뒤 손으로 앞꿈치를 눌러서 조금의 틈을 느낄 만큼이면 알맞다. 너무 딱 맞는 것은 발에 통증을 줄 수 있다. 스케이트는 가느다란 날에 체중을 싣고 한 발로 얼음 위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운동이므로 무엇보다 스케이트 부츠가 발에 잘 맞아야 한다.

얼음판의 색다른 즐거움은 바로 추억 어린 앉은뱅이 얼음 썰매다. 고양시 일산구의 호수공원, 과천 서울랜드 등 여러 곳에서 썰매를 탈 수 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함지처럼 생긴 눈썰매밖에 모르고 자란 요즘 어린이들이 부모와 손을 잡고 썰매 지치기에 푹 빠진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썰매를 타면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썰매는 설 마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전해진다.

연말이나 겨울방학에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눈썰매장이다. 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곳이 많다. 혹은 아직도 시골 언덕에서 추억의 눈썰매를 탈 수 있는 곳도 있다.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겨울을 보내기 위한 눈썰매장이 그리워진다.

코로나로 인해 지친 지역민들과 어린이들이 즐거움과 여가의 기회를 찾아 다시 웃음을 되찾기를 바란다. 온 가족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겨울철 쉬는 논에 물을 대고 얼음 썰매를 타던 예전 그대로의 ‘논 썰매장’이 주위 곳곳에 마련되도록 관심을 경주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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