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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인 건축가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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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12.12 17:20
  • 기자명 By. 충청신문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정관영 공학박사·우석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사람이 살아가는 일상은 건축이라는 틀 속에서 이루어진다. 우리는 그런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할 뿐이지, 건축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시대를 만들어 낸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건축은 그 시대의 결정(結晶)이다.”라고 외친 것은 건축과 인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임을 바로 말하고 있다.

건축은 인간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가장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는 주요한 요소이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 관계자들이 통합적으로 관여하여 행해지는 산업 분야이므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 또한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고 있다.

한국건축가협회 충북건축가회가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하였다. 온갖 역경을 감내하며 19대 황태주 회장에 이르러 건축가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 초대 회장을 지낸 반호용 교수는 연륜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건축가들을 격려하고, 사명과 역할을 강조하였다. 오롯이 후학들을 지도하며 건축과 함께한 그의 삶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40여 년 전 건축가들의 친목 도모 및 충북건축의 발전을 위해 18명의 회원으로 출범하여 지금은 120명의 회원이 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이를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회원작품전은 건축계획 및 설계 단계의 계획 설계안으로부터 완공한 건축에 이르기까지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갖는 모든 건축계획이 망라되었다. 건축 작품에 이르는 다양한 시각들이 함께 존재를 드러냄으로써 건축이 인간의 삶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는 대상임을 확인하는 의미를 갖는 행사이기도 하였다. 수많은 시간의 진행 과정을 통한 각고 끝에 건축가들은 설계과정의 대외적 표현의 함축적인 걸작품이다. 저마다 자신의 색깔과 창의적인 표현을 위해 정성껏 노력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번 전시는 이상과 현실, 실제와 가상, 의지의 세계와 실상의 세계 사이에서 고민하는 건축가들의 흔적을 읽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이 행사를 통해 예술제의 주제인 “회복, 지역에서 만나기”로 한 맥을 공유했다. 그리하여 우리 지역의 밝고 건강한 건축문화를 이루도록 했다. 더불어 세계 건축·도시공간 사진전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나 경험한 곳 중 자주 접하기 어려운 세계 각국의 아름답고 훌륭한 건축과 도시 공간들을 기행 하며 찍은 사진이나 소장품들의 결과물이다. 이를 출품하여 건축가들과 소통하고 도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매년 시행하고 있다.

이뿐인가. 도민들에게 건축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고 누구나 건축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쉼, 공간, 건축’이라는 주제로 건축학교를 열었다. 이에 따른 건축 사진 공모전은 우리 선조들이 추구했던 건축과 공간을 통한 자연과의 조화 및 건강 건축을 답사하기 위해 강릉시 일원을 살피기도 했다. 이곳에서 찍은 우리 전통 건축의 모습과 풍경의 사진을 출품받아 전시하여 크게 호평을 받았다.

6년 전 건축에 대한 가치공유를 실현하기 위해 런던대학교(University College London) 건축대학(Bartlett) 동문이 펼친 ‘60초 건축’ 전시회를 관전하고 발상에 공감했었다. 그동안 도면과 모형을 중심으로 진행된 건축 전시회를 ‘영상’이라는 촉매를 통해 대중에게 더 쉽게 다가갔다는 점이다. 건축가들은 건축이 종합예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대중은 건축이 단순히 ‘건물을 만드는 일’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건축은 다양한 분야에서의 소통이 바탕이 된 종합예술이다. 이 같은 사실을 대중들에게 매개체로 접근성이 가장 뛰어난 ‘영상’이라는 매체를 활용해 전시한 것이다.

전시회에서 ‘공간의 역습’이라는 주제로 사회적 병리 현상에 일침을 가했다. 쪽방촌의 허름하고 낡은 물리적 형태가 아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생동감 있는 공동체를 주목했다. 흔히들 저소득계층의 자살이 현대식 임대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어려운 쪽방촌·판자촌에서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건물들이 올라가고 밑바닥에 사람들 얼굴이 파편으로 흩어진 모습이 작품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다. 이는 재개발을 위해 판자촌을 허물고 그 공간에 아파트를 짓는 행위가 판자촌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건강한 공동체를 와해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건축가가 건축가로서 공간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도시환경·건물이 대중영합주의(populism)와 미적인 대상으로서의 건축 작업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단순히 보기 좋은 멋진 건축물보다는 건축에 여러 사회 복합적인 내용을 반영하고, 이를 통해 공간적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축’이란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집단의 공유·가치가 형태로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건축가는 늘 시대의 정신적·물질적 현상을 어떻게 형상화 시킬지, 또 그 안에서 어떤 일들이 발생하고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최근 방향을 잃고 깊이를 잃어가고 있는 오늘날, 건축가들이 반드시 가져야 할 건축가로서 해야 할 역할일 것이다.

나는 건축이 건강이나 경제적 여유를 넘어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굳게 믿는다. 건축가의 길에 처음 들어섰을 때의 목표 그대로, 앞으로도 건축 프로세스를 중시한다. 또한 인구감소와 제로 에너지 등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건축을 통해 사람들이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도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건축가는 기술자이자 예술가이며 인문학자이다. 단순히 기술로만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공간이용자의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그 조화 속에 기술을 구현하고 미적인 요소를 가미한다. 이렇게 되어야만 100년을 넘어 수백 년을 지속하는 건축물이 지어진다.

40주년을 맞은 충북건축가회는 대중에 대한 직업적 봉사와 책임을 표명한다. 고객과 건축술의 사용자, 그리고 건설 산업, 건설 환경 형성에 도움을 준 사람들 그리고 예술과 건축 과학, 지식의 연속과 창조 이를 계승하는 것이 사명 유산이다. 앞으로도 계속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다양한 건축 행사를 펼치고 알찬 연구 결과물을 바탕으로 충북을 넘어 한국의 건축문화 창달에 이바지하는 충북건축가회가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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