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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보내며

신미선 음성수필문학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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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1.12.21 15:46
  • 기자명 By. 충청신문
신미선 음성수필문학회 사무국장
신미선 음성수필문학회 사무국장

어느덧 시간은 돌고 돌아 2021년이 도착점을 향해 있다. 하루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치원 앞마당에도 어느새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가 전구를 달아 반짝반짝 빛나고 방송에선 연말 분위기의 기사들이 주를 이룬다. 여기저기에서 보내오는 달력으로 한 해가 끝나가고 새로운 한 해가 다가오고 있음을 눈으로 실감한다.

등기우편을 보내러 우체국에 들렀는데 새해 달력을 준다. 유치원 아이들의 간식을 배달받는 업체에서도 달력을 보내오고 친분이 있는 보험회사의 보험설계사는 물론 자주 드나드는 커피집에서는 모처럼 다이어리를 제작했다며 선물로 한 권을 건넨다.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한 해를 다짐하던 때가 엊그제였건만 시간은 어찌나 빠른지 돌아보니 찰나로 여기까지 온 듯하다.

오늘은 유치원에서 졸업 행사가 있었다. 알록달록 풍선으로 식장 입구를 장식하고 단상에는 그간 열심히 생활한 아이들에게 줄 상장과 함께 선물도 푸짐하게 올려놓았다. 코로나의 여파로 학부모님과 함께하는 졸업식은 아니었지만 한 명 한 명에게 상장을 전달하며 나름 아기자기하게 웃으며 졸업을 축하했다. 식이 끝나고 현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부모님께로 아이들을 내보내며 그 아이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보내고 헤어지는 이 시간은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좀체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다.

사랑으로 키우고 보듬었던 아이들이 모두 떠나고 나니 텅 빈 교실에 정적만이 가득하다. 참새처럼 재잘재잘 대며 꽁무니를 따라다닐 때는 하루 중 단 십 분만이라도 고요한 내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막상 보내고 나니 이 녀석들과 함께하던 날들이 더없이 즐거운 추억이었다. 더군다나 어떤 아이가 놓고 갔는지 책상 위에 삐뚤빼뚤 접은 하트모양 색종이와 막대사탕 하나가 나란히 놓여 있는 걸 보는 순간 온갖 감정이 차올라 순간 울컥했다.

나무에 새순이 돋고 화단에 아지랑이 모락모락 피어나던 때 참새처럼 귀엽고 병아리처럼 여린 아이들 열다섯 명이 내게로 왔다. 온종일 재잘재잘 쉴 새 없이 떠드는 아이, 공룡을 좋아해 공룡 인형을 늘 옆에 놓고 놀던 아이, 단풍잎 같은 손으로 철자법을 무시한 편지를 써서는 몰래 주머니에 넣어주던 아이 등 생긴 외모만큼이나 아롱다롱 천진난만한 아이들은 앞마당의 해바라기처럼 몸도 마음도 쑥쑥 잘 자라 주었다.

처음에는 울기도 잘하고 양보할 줄도 모르며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구석에서 놀던 아이들이었다. 이 아이들을 어찌하나 했는데 봄이 가고 여름이 오고 가을을 지내는 동안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길어진 다리로 축구도 하고 훌라후프를 유연하게 잘 돌리며 동화책을 읽어주면 집중해 듣고 나서 궁금한 점을 질문도 곧잘 했다. 혼자 놀고 있는 친구에게 다가가 같이 놀자며 손을 내밀기도 하고 미안해할 일에는 서슴없이 사과도 잘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생활의 규칙을 배워나가고 배려의 개념을 이해하며 나날이 성장하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입가에 웃음이 묻어났다.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 역시 이 아이들에게 배우며 성장하는 순간순간이었기에 감사함이 깊은 날들이었다.

언제 어디서건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으면 좋겠다. 많은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며 거창한 데서 행복을 찾기보다 사소한 즐거움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기를…. 더불어 유치원에서 배웠던 가장 기본적인 생활의 규칙들을 잊지 않고 늘 실천해 주기를…. 코로나로 여전히 힘든 한 해였지만 꿋꿋이 잘 이겨내고 열심히 살아낸 저마다의 2021년이여 참으로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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