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침을 열며] 인향만리(人香萬里)

김일호 한국문인협회 세종시지회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2.01.23 15:0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일호 한국문인협회 세종시지회장

희망찬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몹시 어수선하고 힘든 새해 벽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아직 멈추지 않고 있다. 삼한사온이란 자연의 법칙이 사라진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일이 바짝 다가오면서 상대가 죽어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싸움판이나 다름없는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 갇혀있으려니 숨 막힐 듯하다. 저들마다 꼭 이루어야 할 목표가 있기에 죽기 살기로 앞다투어 뛰어가는 것이겠지만, 강 건너 불구경하듯 뒤 쳐진 채 실망과 좌절의 늪에 허덕이는 선량한 민초들의 아우성이 차가운 눈보라처럼 흩날리고 있는 오늘이다. 과연 그렇게 멀지 않은 날, 약속한 대로 겨울을 이겨낸 봄날은 움트는 새싹과 향기로운 꽃으로 찾아올 것인가, 춘삼월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 머금고 피어나는 꽃의 향기가 몹시도 그리운 시절이다. 진정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어 가까이 두고 싶은 사람들, 그 가슴의 따듯함이 간절해지는 엄동설한을 지내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따듯하고 향기로운 그 날이 오늘이나 내일쯤 쉽게 다가오지 않을 것만 같다. 더 많은 시간과 더 견디기 힘든 인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유에 의한 미래사회의 불확실성은 물론 언제부터인가 인간관계의 거리가 아득히 멀어져 가고 있기에 그렇다. 무엇 하나 믿을 것 마땅치 않아 소박한 꿈마저 포기하거나 채우고 지켜야 할 소중한 삶을 스스로 꺾어버리는 사람들도 그 수를 더해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어려울 때 지켜주고 보듬어줄 줄 알았던 국가나 사회, 정부나 정치인들을 탓하거나 원망할 수만 없다. 세상 길 아무리 험난하다 해도 나 하나라도 바로 서서 모질게 불어오는 시련의 바람을 이겨내야만 따듯하고 향기로운 봄날을 마중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인류라는 공동체의 큰 울타리 안에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 사회이고 국가이다. 태생이나 피부색도 다르고, 꿈이나 목표의 지향점도 다를 뿐 아니라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이 다른 구성원들이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며 시계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쉼 없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공존 공생을 위한 동행은 번영의 꿈과 열매를 공유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함께 가는 것이 인류사회의 보편적 가치이다. 그 안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의의 경쟁을 펼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과도한 경쟁에서 비롯된 크고 작은 다툼도 있게 마련이다. 때로는 인면수심이나 다름없는 끔찍한 범죄도 있고, 상호 간 신뢰를 저버린 배신 또는 미움이나 원망의 갈등에서 야기된 적대행위로 봉합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를 내기도 한다.

살아가는 동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에서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인물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중 뛰어난 능력만큼 인품이나 인격을 겸비한 인물도 있지만, 자기 전공 분야에 최고의 실력자이면서도 인간적인 면에서 지극히 낮은 평가를 받는 사람도 적지 않다. 누구나 탁월한 능력만큼 완벽한 인격체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어떤 분야에서든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한 실력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사람 됨됨이가 부족하다면 만인으로부터 칭송을 받고 자랑스러워해야 할 그 실력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출세와 명예, 부의 축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거나, 자기 최면에 빠진 듯 향기 없는 이기적인 삶의 모습이 비난과 비판으로 회자 된다면 누가 가까이 다가서고 따르려고 하겠는가 말이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온 나라가 술렁거리고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했다. 유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선택된 선출직들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아 국리민복을 위해 자신의 사심을 앞세우지 않고 국가 안위와 위민봉사에 힘써야 한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속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오죽하면 여, 야의 진영을 떠나 도토리 키 재기를 하고 있다는 비웃음을 살까, 국민 가슴에 꿈과 희망, 미래사회에 대한 확실성을 안겨주지 못한 채 점점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해가는 선거 국면이 정치 불신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에 허덕이는 국민이 안중에는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주향백리(酒香百里), 화향천리(花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란 말이 있다. 술의 향기는 백 리를 가고 꽃의 향기는 천 리를 가며,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는 뜻이다. 코로나 유행 장기화로 평범했던 일상이 무너진 지 오래되었다. 선거의 계절에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사람과 사람 간 거리는 점점 멀어지고 불신의 벽만 높아지고 있다. 몹시 혼란스럽고 힘겨운 시절이다. 봄날의 꽃향기보다 더 간절한 것이 미덥고 따듯하여 사람다운, 사람의 향기가 아닐까 싶다. 조급한 마음으로 사람의 향기가 꿈과 희망으로 피어나는 그때를 기다린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