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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끈

허영희 대전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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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2.13 15:3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허영희 대전보건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탯줄은 포유류나 인간에게 모체와 태아를 연결해주는 자양분의 매개로써 우주에서 부여받은 가장 신비로운 끈이다. 탯줄의 역할은  태아가 태반에서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 주고 노폐물을 내보내는 길잡이가 되며 태아와 모체를 이어주는 든든한 생명의 끈이 된다.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삶의 변수나 사건의 결과로 맺어진 사람 혹은 사물과의 관계나 연줄의 의미로 쓰이는 또 다른 끈으로서 인연이 있다. 불교에서 인연(因緣)은 인(因)과 연(緣)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써 인은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힘이 되고, '연'은 그를 돕는 외적이고 간접적인 힘이라고 이야기한다. 석가모니는 모든 것은 인(因)과 연(緣)이 합해져서 생겨나고 인과 연이 흩어지면 사라진다는 말을 남겼다.

인연이라는 단어와 윤회는 한 점에서 함께 시작된다. 의미를 살펴보면 불교에서 말하는 업설과 인과응보설에 의한 것으로써 사물은 인과의 법칙에 따라 특정한 시간과 공간의 환경이 조성되어야 일어난다는 뜻이 된다. 불교에서는 삼시업(三時業)이라 하여 업을 지어 과보를 받는 시간적 차이를 세 가지로 나누고 있다. 순현업(順現業)은 현생에 짓고 현생에 받는 것이고, 순생업(順生業)은 전생에 짓고 현생에 받거나 현생에 짓고 내생에 받는 것이며, 순후업(順後業)은 여러 생에 걸쳐서 받는 것이라고 한다.

전생에 원수지간이었던 인연이 다음 생에서는 부부의 끈으로써 혹은 부모와 자식 간의 끈으로써 다시 맺어진다고 한다. 이러한 예는 악연이다. 학교에서 유독 나와는 엇갈린 행보를 하는 동료가 있는데 전생에 나하고 부부지간이었나 의심한 적도 있었다.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악연을 최소화하고 좋은 인연을 되도록 많이 만든다면 그 삶은 비교적 괜찮은 삶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이 그리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게 현실이다. 인연이나 악연은 결국 인간관계의 문제이고, 인간관계는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자세와 세상을 보는 관점에 따라 좌우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미국 연방검찰이 깜짝 놀랄 소위 미국판 스카이캐슬 사건을 발표했었다. 미국의 33명의 부유한 학부모들이 ‘예일(Yale University)’, ‘스탠퍼드(Stanford University)’, ‘조지타운(Georgetown University)’, ‘서던 캘리포니아(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등의 명문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입시부정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입시부정의 중심에는 기부금이라는 변수가 존재하였는데 어느 유명 로펌 회장은 딸을 위해 7만5000달러를 지급했으며, 120만 달러를 지급한 학부모도 있었다고 하였다. 한국에도 비슷한 예가 있었다. 조국 사태 때 부인 정경심 교수가 딸의 의학전문 대학원 부정 입학을 위해 그 누구보다 양심적이고 공정해야 할 교수라는 사람이 재직 중인 동양대학교 총장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건들은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가진 자와 소위 힘 있는 자들이 벌이는 ‘아빠찬스, 엄마찬스’로 또 다른 사회적 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물고 나오는 수저의 색깔에 따라 금수저는 영원히 금수저고, 흙수저는 영원히 흙수저인 것도 안타깝다. 노력과 재능만으로 상류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은 더는 사실이 아니고 아무리 자신의 능력과 노력으로 높은 곳을 바라보며 발버둥 쳐도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 현재이다 보니 오늘날 허접한 조상 끈 하나 없는 수많은 흙수저가 절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요사이 대학에서는 학부모들이 교수에게 자녀성적을 문의하는 것이 수시가 되었는데. 행여나 학점이 나쁘게 나가면 '무슨 근거로, 무슨 이유로 이런 성적을 줬느냐'며 따지는 것은 기본이고 학생들 역시 교수평가가 두렵지 않으냐고 한술 더 뜬다. 더 슬픈 현실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하여 대학에서는 점점 학생 측 목소리에 은근히 힘을 실어 주는 게 보이고 교육자로서의 경험하는 심한 자괴감과 자존감 실종에 절망하는 교수들은 학교를 떠나가고 있다. 그래서 고민해본다. 내가 잡은 이줄이 반짝반짝 든든한 동아줄일까, 아니면 연약한 지푸라기 썩은 새끼줄일까! 이 끈을 놓기에 내 인생에서 가장 적정한 시점은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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