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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산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도순구 전 충남개발공사 관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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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4.03 11:4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도순구 전 충남개발공사 관리이사

지난달 울진·삼척에 발생한 산불은 실로 엄청난 피해를 가져왔다. 보도에 따르면 산림피해만 서울면적의 30%를 넘는 약 2만ha에 달하였고, 피해액도 1500억원이 넘었다고 한다. 그나마 금강송 군락지로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는데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문제는 지구촌의 기후변화로 인해 앞으로 이와 같은 산불발생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산림청 발표를 보면 올 들어 지난 3월 5일까지 발생한 산불은 245건으로 지난해의 2배 수준이다. 1~2월 강수량이 1973년도 이후 최저를 기록했고, 이 같은 기후여건이 바람과 온도, 나무 등의 상태를 변화시켜 산불발생 및 확산에 취약한 조건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산불에 관한 보도 중 유의미한 통계가 눈에 띄었다. 2010~2019년사이 발생한 산불원인의 36%가 입산자 실화에 의한 것이라는 기사였다. 대부분 토치방화나 담뱃불 실화로 추정된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임야 등 산림면적이 전 국토의 약 64%인 산림국이다. 따라서 실제 활용할 수 있는 개발 가용면적이 적다. 필자가 만난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점을 아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과연 산이 많다는 것이 불행일까?

필자가 유틀란트반도에 자리 잡고 있는 텐마크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 나라는 대부분이 저지대이고 평균고도가 해발 30m정도다. 그중 지대가 가장 높은 곳은 해발 173m의 ‘이딩산’이다. 이 나라를 버스로 여행하는 동안 힘들었던 것은 차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버스가 수시로 산기슭을 돌아가고 그때마다 해를 가려 주곤 하는데 그곳에는 그런 호사(?)가 없었다. 결국 종일 비춰지는 햇볕에 쉽게 지쳐 저녁이면 크게 피곤함을 느꼈다.

이후 덴마크의 한 기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현지인이 자신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친근감을 표시하고는 한국은 산이 참 아름답다며 자신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봄철 산 벚꽃이 핀 어느 산골의 풍경이었다. 그에게는 초봄 연두색의 산골마을이 무척 좋았나 보다.

그렇다. 산은 우리에게 너무도 많은 혜택을 선물한다. 맑은 공기, 청정한 수자원, 재해의 방지 등 이루 다 나열할 수 없을 정도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필자가 다닌 학교의 교가 가사를 보면 모두 식장산, 보문산, 계룡산 등 우리지역을 대표하는 ‘산’으로 시작된다. 산은 우리들의 정신적 모태인 것이다.

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영화가 있다. 1995년작 ‘잉글리시맨’이라는 영국영화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영국은 해발 1000피트가 넘어야 언덕(hill) 아닌 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피농가루’는 측량결과 980피트로 나타났다. 돌아가려는 측량사를 가로막는 마을 주민들, 그들은 20피트를 더 쌓기 위해 몸부림친다. 흙을 쌓던 중 많은 비에 흘러내리는 역경을 딛고 마침내 1002피트를 만들어 마침내 산을 지켜낸다. 이 영화는 진정한 애산정신(愛山情神)이 무엇인지를 알려 주고 있다.

옛 한시중 ‘만리풍취산부동(萬里風吹 山不動) 천년수적 해무량 (千年水積 海無量)이라는 싯귀가 있다. ’만리 밖에서 큰 바람이 불어와도 산은 흔들리지 않고 천년동안 비가 내려도 바다는 넘치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것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는 잦은 산불로 산이 흔들리고 있고, 섬나라 ‘투발루’는 바다가 넘쳐 국토가 잠기고 있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혹자는 임목을 산불에 강한 수종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하고, 내화수림조성과 임도개설 등의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담배꽁초 하나라도 절대로 산에 버리지 않는 애산정신이다. 더 이상 산이 흔들리지 않도록 의식전환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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