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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꽃들도 잠 잔다

김일호 한국문인협회 세종시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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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4.24 13:3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일호 한국문인협회 세종시지회장

봄의 종종걸음이 여름으로 달려가고 있다. 벌써 대지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꽃은 피고지고 불어오는 남풍에 꽃비가 내리고 산천은 점점 연록색 빛나는 잎으로 짙어져 우거지고 있다. 때를 맞춘 듯 제8회 6.1 지방선거일이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열기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전해져 오는 후보자들의 정보가 평범한 일상의 담장을 넘어 생활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싫던 좋던, 문자와 카톡 폭탄도 모자란 듯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카스,불로그,카페 등을 통해 마구마구 쏟아져 들어온다.

그러다 보니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간의 시비도 종종 일어난다. 이념이나 소속정당 또는 지지하는 사람이 다를수록 더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도대체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끈질기게 묻고 따지거나 그것도 성이 차지 않는지 “사법기관에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거나 당장 달려가 가만두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 현상은 오래전 막걸리 선거니, 고무신 선거니 할 때와는 전혀 다른 선거방법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크게 나무랄 것은 없다.

뜻을 펼치고자 하는 과정에 가장 앞서야 할 것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후보자 본인을 가장 확실하게 알리는 방법은 대면접촉이겠지만, 그 많은 유권자들을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만나기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내세울만한 장점과 이후 펼치고자하는 약속을 요약 정리해 대량으로 보내고 홍보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 문명의 이기를 최대한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무차별적 다량으로 퍼붓듯 보내는 방법이 오히려 민폐가 될 수도 있고, 지지했던 마음마저 철회하도록 만드는 악수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법이나 제도로서 허용된 선거방법이기에 그런 방법의 선거운동을 막을 수는 없다. 받는 입장에서 더러는 짜증이 나거나 참기 어려운 화가 치밀어 오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크게 싸움을 하거나 법에 호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저 그러려니 하는 마음을 삭히며 선거 국면이 속히 지나가길 바라는 것 외에 어쩌겠는가 말이다.

그러나 후보자나 운동원도 너무 지나치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한다. 초조하고 조급할 수 밖에 없는 후보자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나 이른 시간에 메시지의 울림이 전달되지 않도록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세세한 것 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지지를 얻어야 하는 후보자와 유권자간 갈등이 없도록 해야 할 책임은 후보자에게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어둠이 깃들면 유독 농촌길이 어둡다. 가로등도 드문드문 설치되어 있다. 이유인즉 식물들도 밤잠을 제대로 자야만 튼실한 열매를 맺기 때문이라고 한다. 꽃들도 그렇다. 곱게 피어 한낮동안 하늘거리던 작은 꽃들도 해가 저물면 잠시 잎을 접기도 한다. 그러한 자연의 섭리와 이치에서 보고 느끼듯, 너무 거침없이 급하게 달려가는 것만이 승리의 지름길이 아님을 깨닫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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