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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오페라의 도시

서필 목원대 교수·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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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5.17 14:44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서필 목원대 교수·테너

흔히들 오페라라고 하면 화려한 무대와 서양식 귀족 문화를 떠올린다. 커다란 샹들리에가 걸린 화려한 로비를 지나면 서양식 이브닝코트로 대표되는 연미복이나 턱시도 차림의 남성과 드레스를 갖춰 입은 여자들로 가득한 객석을 떠올린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오페라 극장에 들어갈 때 드레스 코드를(특정 형식을 갖춰입을 것을 지정) 요구하는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상류사회의 전유물이나 서양 사대주의 문화쯤으로 비치면서 정권이 바뀌거나 문화예술 정책이 수정, 또는 재정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가장 먼저 도마 위에 올라 난도질 당하는 게 클래식이다. 여러 번에 걸쳐 문제를 제기하기에도 지칠 만큼 매번 논의되면서도 늘 단편적인 땜질 처방으로 고비만 넘기는 모양새가 연출되니 보기에도 피곤하다.

수십 년 전, 클래식 문화가 ‘그들만의 리그’로 돌아갔던 때가 있었다. 사람들은 지인이 클래식을 한다고 하면 마지못해 반쯤 강매되는 표를 받아들고 알지도 못할 외국어로 된 어려운 노래를 들으며 꾸벅꾸벅 졸다 연주회가 끝나면 참석했노라고 얼굴 도장 찍고 인사치레로 여기던 시대가 있었다. 실제로 연주회 내용 자체도 어렵고 지루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연주회도 있었다.

거기에 작품해설을 볼라치면 한국어로 된 작품해설임에도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어려운 단어와 외국어 표현의 혼용이 넘쳐났다. 한글임에도 뜻을 모르겠는 현란하고 어렵기만 한 작품해설이나 비평은 곡을 알기도 전에 지레 질리게 하기 충분했고.

거기에 미리 공부하고 연주회장에 가서 들어야 외국어와 생소한 음악을 접할 때 졸지 않을 수 있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를 말이니 고도의 집중력을 갖거나 미리 알고 들어야 정신줄을 잡고 있기 수월했다.

시대가 변했다. 사람들은 더는 인사치레로 연주회장을 찾지도 않을뿐더러, 그나마도 한두 번으로 족하다. 클래식 연주회장을 찾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좋아하는 작품 취향도 확고하다. 자신이 직접 선택하고 시간과 돈을 들여가는 마당이니 알아서 유튜브로 찾아 듣고, 음반이나 영상과 스스로 비교한다.

어려운 공연이면 주최 측에서 미리 자막해설도 준비되고, 프로그램에 전체 내용을 해석해서 실어놓기도 한다. 내가 보는 공연의 느낌이 맞는지 몰라 어려운 비평가의 글을 참조하면 심도 깊이 곡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요즘은 그냥 개인의 감정과 느낀 점을 가감 없이 SNS나 블로그에 올린다.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이 맞는지 틀리는지 남의 판단을 빌릴 필요가 없어졌다. 권위 있는 음악잡지 비평보다 20대 대학생의 신랄한 비평이 더 조회 수가 높다. 그리고 대부분 직관적으로 보고 느낀 대로 적는 글들이 대부분의 일반적인 감상평의 평균값이기도 하다.

지방일수록 문화적인 혜택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대전을 슬쩍 끼워 넣는다. 물론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50%가 사는 수도권의 20분의 1 정도밖에 안 되는 인구이다 보니 규모의 경제를 들먹이면 대체로 불모지 소릴 들을만하다. 그러나 문화적인 면에서는 다르다. 대전예술의 전당은 수도권을 제외하곤 자체 오페라 제작능력을 제대로 갖춘 시스템으론 전국적으로 몇 안 되는 극장이다. 그것도 개관 이후 쭉 빠지지 않고 제작했다. 작년에는 최초의 아트팝 오페라 ‘안드로메다’를 2년에 걸쳐 쇼케이스를 통해 정식 공연으로 안착시켰다.

대전 청소년 시립합창단은 최근 수년간 민족의 얼을 다루는 음악극 시리즈를 연출가 윤상호의 손길로 매년 선보이고 있고, 지역을 대표하는 대전 현대음악제와 대전 국제음악제도 한해도 빠지지 않고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거기에 중견 작곡가 현석주의 창작 오페라 ‘이중섭’은 6년째 제주도에서 공연되고 있으며, 김주원의 창작 그랜드 오페라 ‘허왕후’는 2년 동안 김해를 거쳐 대구 오페라 페스티벌을 거쳐 서울 오페라 페스티벌에 초청되더니 올해는 드디어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 입성했다. 게다가 이 두 작곡가는 올해 대한민국 창작산실 신작 오페라 공모에 나란히 당선되어 새롭게 제작을 앞두고 있다. 서남부권 유일의 학생제작 오페라도 매년 목원대학교에서 막이 오른다. 30년역사의 민간오페라단인 대전오페라단과 리소르젠떼 오페라단, 글로벌 아트 오페라단도 매년 오페라를 올린다.

모르는 사람만 모르는 인구 150만의 광역시에서 매년 일어나는 일이다.
대전은 빵이 유명하단다.
이젠 바뀔 때도 된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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