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이른바 ‘날치기’로 FTA비준안을 통과시킨 후 각 정당들과 시민단체들은 너나할 것 없이 그와 관련된 입장을 표명하고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인 이들과 달리,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은 그럴듯한 향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초조함에 휩싸여 있는 듯 하다.
23일 오후 2시 30분 충남도는 FTA와 관련해 향후 도정에 대해 실국장들이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알려왔다.
하지만 예정시간보다 조금 늦게 시작된 브리핑에서는 ‘구체적인 대책은 다음 주에 발표하겠다’는 말만이 귀에 들어왔다. 기존의 3농혁신과 관련해 준비했던 대책들을 그대로 발표하면서 ‘그 대책들에 추가로, 기존의 각종 연구결과와 도민의 여론들을 수렴해 대책을 마련하고, 안희정 지사가 다음주 경 직접 발표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해 이날 브리핑의 이유를 무색하게 한 것이다.
결국 이날 참석한 기자들 사이에서는 ‘안 하느니 못한 브리핑이다. 너무 어수선해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전날 통과된 FTA와 관련해 가만히 있기는 그렇고, 움직이고 있다는 모양새를 보이고 싶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했다.
충남도가 마련할 관련대책이 훌륭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도민들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 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구체화된 계획도 없이 기사를 위한, 방송을 위한 발표를 하는 것은 이번 비준안통과로 밤잠을 설치며 걱정해온 도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결국 도민들이 기대감을 가지고 이번 발표를 접하고 나면 허탈하기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실망을 한방에 날려버릴 통쾌한 충남도의 대책이 다음주 안희정 지사의 입에서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유진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