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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웰 다잉(well-dying)을 생각하며

임성일 대전 온누리신협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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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6.28 16:0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임성일 대전 온누리신협 이사장

얼마 전 가까운 사람의 형제가 아까운 나이에 세상과 작별하였다. 착하게 살아왔고 인정이 많으며 늘 타인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한 이였다고 한다. 암 투병으로 2년 이상을 고생하다가 호스피스 병상에서 의료진의 통증완화 서비스를 받아왔다고 한다. 그러던 중 가족과 친인척들 앞에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였다고 들었다. 먼저 떠난 이를 보며, 슬퍼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죽음에 대한 이해와 언젠가는 그 누구도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에 숙연해진다. 이제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현실로 직면해야 할 시점이다. 나는 한때 삶의 중심에서 무한 질주하다 이젠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삶에서 생활한다. 죽음은 능선 넘어 저 멀리 있던 개념에서 이젠 그 능선을 넘어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처지가 현주소다. 문득문득 나의 죽음은 어떤 형태일까 궁금해진다. 먼저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생각해 봐야할 때다.

죽음은 삶에서 가장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보여 준다. 즉 죽음 앞에서 인간은 비로소 존재(being)로 존재하게 되며, 죽음은 존재의 바로 그 순간에 가장 많이 묻는 “과연 내 삶은 의미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나머지의 삶을 더욱 의미 있는 삶으로 이끌어 주는 가장 강력한 삶의 자극인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죽음을 맞는다. 언젠가는 맞이할 절대 진리인 죽음을 두려워하며 살아간다. 죽음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웰빙(well-being)은 잘 사는 것을 의미한다면, 이제는 잘 죽는 것도 중요하며 그것이 곧 웰 다잉(well-dying)이다. 죽음의 질 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 영국정부에서는 웰다잉의 조건으로,“익숙한 환경에서 가족, 친구와 함께 존엄과 존경을 유지한 채 고통 없이 죽는 것”이라는 조건을 제시하였다. 그래서 어떻게 더 행복하게 살지를 고민하고, 내일의 안정보다는 오늘의 행복을 선택하는 자세다. 사람들은 언젠가 끝날 삶을 살고 그 뒤엔 죽음이 있으므로 지금 행복해지기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한다. 우리는 죽음이 있기 때문에 삶을 제대로 살고자 한다. 의미있게 잘 사는 것이 멋지고 결국 우아하고 품격 있는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다. 삶과 죽음을 하나로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 죽음 문화이다. 또한 우리 모두에게 삶의 시간이 제한돼 있음을 유념해 지금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되돌아보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웰다잉은 평소 미래에 발생할 죽음을 미리 준비해 갑자기 죽음이 찾아오더라도 편안히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라는 의미로 삶과 죽음의 성찰이 내포돼 있다. 삶을 소중히 여기고 여생을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웰다잉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면서 죽음을 맞고 싶어하는 이들을 도울 사회적 인프라도 부족한 형국이다. '조력 존엄사'법안은 앞으로 국회에서 치열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는 '존엄한 죽음'에 대한 준비를 과연 잘하고 있을까. 한 해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8만 명이 넘지만,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입원형 호스피스 병상은 올해 5월 기준 전국에 1478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국립암센터 중앙호스피스센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호스피스사업 대상질환 사망자 대비 호스피스 이용률은 21.3%에 그쳤다. 이용률이 높이려면 정보와 방법을 접할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통계조사에 의하면 2000년에 노년 인구 비율이 7%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였고 2018년에는 14%를 넘는 고령 사회, 2026년에는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어르신들이 웰다잉에 관한 정보와 방법을 접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야 한다. 호스피스 등 인프라 마련과 함께 품위 있는 죽음을 준비하는 문화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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