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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라차차’ 전통시장] 예산 덕산시장, 유통 중심지 옛말… 장날 아니면 손님 뚝

내포신도시로 썰물... 주말야시장·특화 먹거리 개발로 재기 모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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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8.09 16:13
  • 기자명 By. 홍석원 기자
▲ 간판 대신 출입문에 적힌 메뉴와 빼꼼히 열린 가게문이 이곳이 영업중인 식당임을 짐작케한다.

…전통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닌 마음을 나누는 곳이다. 특히 충청도 장터는 느긋한 말투와 후한 인심으로 어딜 가도 즐거움과 인정이 넘쳐난다. 그날 그날 직접 담근 신선한 재료의 먹거리. 도심 상가에 비하면 ‘턱없이 싼 물건’들은 가성비‘갑’이다.
하지만 지역의 소규모 시장들은 빠르게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전통시장이 살기 위해서는 좋은 물건에 착한 가격은 둘째 치고 우선 찾는 사람이 많아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시장은 시장이다. 수십년의 내공을 지닌 어르신들과, 작은 일부터 차곡차곡 장사 경험을 쌓고 있는 청년상인들까지 함께 부대끼며 오늘보다 내일을 꿈꾸는 충남 전통시장의 속살을 톺아본다. (편집자 주)

예산군 덕산면 읍내리에 있는 덕산전통시장은 매월 날짜의 끝이 4일과 9일에 열리는 전통 5일장이다.

기자가 찾은 날은 마침 5일장이 선 다음날이어서 그런지 2시간여 동안 둘러봤지만 시장근처에는 사람 그림자조차 찾기가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골목을 끼고 옹말졸망 위치해 있는 식당들은 장날이 아니면 매출이 ‘제로’인 곳이 허다하단다.

“돈 좀 더 번다고 죽을 때 가지고 갈겨? 왔을 때처럼 빈손으로 가는겨. 손님이 없다고 여길 떠날 수는 없지”란 말에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는 영화속 한 대사가 문득 떠올랐다.

정오를 넘긴 늦은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없어 사장님과 이웃들이 식당 앞에 갓 따온 깻잎을 늘어놓고 다듬기에 여념이 없다.
정오를 넘긴 늦은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없어 사장님과 이웃들이 식당 앞에 갓 따온 깻잎을 늘어놓고 다듬기에 여념이 없다.

점심시간인데도 찌개 종류의 메뉴판이 벽면을 장식한 식당 앞에 쪼그려 앉아 깻잎을 다듬고 있던 김희양 사장(여·65세)은 30여년 한 자리를 지켜온 자부심의 상징이다.

하지만 김 사장은 “시내나 외지 대형마트로 빠지다 보니 장날이 아닌 날은 사람을 찾아 볼 수 없다”며 “농사 짓는 사람은 바빠서 못나오고 도심사람들은 휴가철이라 다 바닷가로 빠져나가 장사하기 힘들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시장 골목 여기저기 둘러보니 어림잡아 문을 연 곳이 10여 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장날에만 손님이 조금 들어온단다. 시간을 보니 오후 1시 30분이었는데 인적이 없다보니 적막감마저 든다. 맞은편 식당도 마찬가지였다.

백반집인 금풍식당을 운영하는 김영미 사장(58)도 “아직 개시도 못했다. 평일에는 전혀 손님이 없고 장날에만 겨우 손님이 드는데, 어제 장날에 13만원 매출을 올렸다”고 덤덤하게 밝혔다.

그 금액이면 서너 테이블도 안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요즘 먹고살기 힘들어서인지 도통 지갑을 열지 않는단다. 시장에서는 막걸리도 잔술을 팔아야 그나마 손님이 드는데, 안주는 안 시키고 그냥 김치만 달라고 하니 시장이 자꾸 죽어간다고 토로했다.

장날에는 그나마 30~40여명의 어르신들이 텃밭에서 키운 야채들을 이고 와서 판다고는 하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떼다 파는 물건들이라 옛날처럼 가격이 싸지도 않고 흥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재미가 없다고 하소연 했다.

장날에도 살 사람은 없고 팔 사람만 나오는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5일장 다음날 폭염속 두시간여 시장 골목을 둘러봤지만 유일하게 만난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골목을 빠져나가는 어르신이 유일하다.
5일장 다음날 폭염속 두시간여 시장 골목을 둘러봤지만 유일하게 만난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골목을 빠져나가는 어르신이 유일하다.

이러다보니 점포를 갖고 있는 상점들도 대부분 낮에만 잠깐 얼굴을 비추거나 어떤 곳은 아예 더위를 피해 밤에만 문을 연다.

어떻게 해야 시장이 살아나겠냐는 물음에 이구동성으로 “덕산이 살려면 관광호텔 원탕이 살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전에는 이곳이 온천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온천 관광객들이 곧잘 시장을 찾곤 했기 때문이다.

텔레비전 6시 내고향에도 3번씩이나 소개돼 김치냉장고를 받은 것과, 촬영을 위해 삼베 짜는 시범을 보이기 위해 연출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추억은 소환했다.

이러던 곳이 덕산 온천 원탕이 죽으면서 점차 찾는 발길도 뚝 끊겼다는 것이다.

특히 9년전 내포신도시가 들어서며 하나 둘씩 내포에 점포를 얻어 빠져나가고, 젊은이들은 아예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는 것.

뻔히 장사가 안되는 데도 자리를 지키는 이유가 궁금했다.

김 사장은 “허던 가락이 있응깨 그만두진 못하지”라면서 “시골사람들은 사지육신을 돌려야 건강하다고 생각해서 나온다”고 웃어보인다.

그러면서 “장날이면 보이던 사람이 일주일만 안보이면 돌아가셨거나 요양원에 간겨”라며 터줏대감으로서의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폭염에 연신 땀을 닦아내며 깻잎 다듬는 것을 돕던 남자 어르신에게 물었다. 왜 시원한 경로당에 안 가느냐고. “맨 막내라 이것저것 심부름만 시키고, 그것도 꼭 1~2살 더 먹은게 이래라 저래라해서 절대 안간다”는 귀여운(?) 이유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예산은 예로부터 사통팔달의 중심지로 전국 상권이 모이는 요지 중의 요지였다. 전국의 상품이 모인다고 할 정도로 유통의 중심지였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보부상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덕산시장은 언제부터 열렸는지는 확실하지는 않으나 예덕상무사 소속의 보부상이 활동하였던 1800년대 후반 생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덕산시장은 재래시장 특화 시장을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재래시장 현대화 사업을 위한 시장 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주말야시장과 특화 먹거리를 개발하는 있다고 하니 하루 빨리 옛 명성을 되찾길 기대해본다.

(글·사진=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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