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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술과 인생, 그 함수관계

도순구 전 충남개발공사 관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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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8.28 15:08
  • 기자명 By. 충청신문
▲ 도순구 전 충남개발공사 관리이사

얼마 전 이른바 ‘윤창호 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지난해 11월, 반복된 음주운전에 대한 가중처벌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데 이어 올해 5월에는 음주측정 거부전력이 있는 사람을 가중 처벌하는 것도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같은 헌재의 결정에 대해 한편에서는 “음주가 심신미약으로 형량을 낮춰주는 도구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술이 또 다른 권력이 되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이에 대한 반작용 일까?, 최근에는 새 ‘자동차 손해배상 보장법’이 시행되어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냈을 때 운전자가 내야할 사고분담금이 대폭 상승되었다. 사실상 보험혜택을 받지 못하는 수준이다.

술은 일반적으로 알코올의 함량이 1%이상인 음료를 말한다고 하는데 인류의 문화와 맥을 같이 할 정도로 역사가 깊다고 한다. 그 역사가 고고학적으로는 20만년 이상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우리 민족의 경우도 고구려 주몽의 탄생 설화 등에도 술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예외는 아닌 듯 하다.

술은 그 원료와 제조과정을 기준으로 탁주, 맥주, 과실주 등으로 부르고 있는데 한자로는 주(酒)로 표기하여 ‘물(水)과 닭(酉)’이 합쳐진 모양이다. 그 이유가 옛날 술을 담아 보관했던 옹기모양을 형상화했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혹자는 “술은 닭이 물을 마시듯이 조금씩 마셔야 한다”는 뜻이며 “하루중 유시(酉時) 즉 오후 7시까지만 마셔야 한다”는 의미라고도 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필자가 40여년이 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술을 잘 먹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선천적으로 알코올 분해 능력이 약하여 한잔 술에도 얼굴이 붉게 변하고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술좌석만 가면 고통을 받곤 했었다. 더욱이 예전에는 상하관계가 엄격했고 대외적 업무협의를 위해서는 늘 소통을 위한 술자리가 마련되곤 했기 때문에, 술에 약하다는 것은 NQ(network-Quotient)가 낮은 사람으로 평가 받기 쉬웠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여 최근 ‘워라벨(Work-life balance)’문화가 확산되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시간이 일상화되고 자연스럽게 업무관련 술자리도 줄어들고 있다. ‘OECD보건통계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주류(순수 알코올 기준) 소비량이 지난 2010년 연간 8.9ℓ에서 2020년에는 7.9ℓ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것은 맥주 등 저알콜 음료를 마시는 유럽 국가들의 술(알코올) 소비량이 많다는 점이다.

어쨌든 술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일상의 근심을 털어내고 삶의 활력을 주는 등 순기능이 많은 기호식품이다. 중국의 옛 시인 도연명은 술을 일컬어 ‘망우물(忘憂物)’이라 하였다. 즉, 온갖 시름을 잊게 하는 물질이라는 뜻이다.

또한,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칠언절구 ‘술잔을 마주하며(對酒)’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달팽이 뿔 위에서 무엇을 다투고 있는가(蝸牛角上爭何事), /부싯돌 번쩍하듯 찰나에 사는 몸(石火光中寄此身), /부자이든 가난하든 그대로 즐겁거늘(隨富隨貧且歡樂), /입 벌려 웃을 줄 모른다면 그대는 바보(不開口笑是癡人)/

이처럼 한잔 술은 마음을 경쾌하게 만드는 약재가 되지만 지나치면 그 반대가 되기도 한다. 영국 속담에는 “술이란 처음에는 벗이지만 나중에는 적이 되고 마는 변절자다”라고 했고, 탈무드에도 “악마가 너무 바빠 사람을 찾아갈 수 없을 때는 술을 대신 보낸다”는 말도 있다.

얼마 전 한 공직자가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어 인명피해가 발생하였다는 소식을 접했다. 한 순간의 방심이 타인과 자신에게 돌이킬 수 없는 큰 문제를 야기 한 것이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제 더 이상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무더웠던 여름철이 지나고 가을의 길목에 들어섰다. 곧 다가올 추석명절과 함께 그동안 더위로 미루어졌던 모임도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술자리도 늘어 날것이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술잔을 비웠으면 운전석도 비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바라건대 지인들과 함께하는 술자리가 삶의 활력을 불어 넣는 건전한 기회의 장이 되고, 이웃들과의 추억을 쌓아 가는 즐겁고도 절제가 유지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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