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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잃지 않은 보호관찰관, 합격 선물한 비행소녀

논산보호관찰소, 적극행정으로 학업중단 비행청소년에 새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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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08.31 13:01
  • 기자명 By. 백대현 기자
▲ 논산보호관찰소 이진원 주무관
[충청신문=논산] 백대현 기자 = 보호관찰 선생님의 끈질긴 잔소리 덕에 고졸 검정고시 전 과목을 합격한 비행 소녀의 합격으로 잔잔한 미담으로 주고 있다.

A양(18)은 2020년 11월 자신의 뒷담화를 한다는 이유로 친구를 집단 폭행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폭행) 사건으로 대전가정법원에서 단기(1년) 보호관찰을 받고 지난 4월부터 논산보호관찰소에서 보호관찰을 받고 있다.

A양은 비행 청소년이었고, 집단 폭력의 가해자였다.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에 ‘온순 침착하고 마음씨가 고와 친구들과 사이가 좋다’라고 기록될 만큼 사교적 성격과 밝은 성격 탓에 반에서 인기를 독차지하면서 학급 임원으로 활동했다.

A양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신부전증을 앓던 부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정신적으로 위축되고 우울한 성격으로 변해 말수가 줄고 친구들과 멀리하는 심리적 감옥에 자신을 가두는 결정적 계기였다.

A양이 중3 때 모의 재혼으로 함께 살게 된 계부를 거부하는 더 큰 충격으로 학교 밖 불량교우들과 어울리기 시작해 음주와 흡연을 시작으로 무단결석과 급기야 등교를 거부하고 고등학교 1학년을 자퇴했다.

이후의 삶은 질풍노도 그 자체였다. 계부와의 동거를 거부한 까닭에 어쩔 수 없이 조모와 살게 되었으나 이번엔 “조모의 잔소리가 싫다”라며 가족과의 대화를 단절하고, 폭주족 등 불량교우들과 밤거리를 배회하는 삶 속에서 재미와 해방감을 찾아다녔다.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밖으로만 나도는 A양을 변화시키기 위해 보호관찰관은 잔소리꾼을 자처했다. “야간에 배회하지 마라”, “외박하지 마라”라며 보호관찰관의 훈계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지금 모습은 진정한 네가 아니야~”라며 다독이고 사랑과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보호관찰관은 심층면담 과정에서 A양이 고1 중퇴 이후 자포자기 상태로 빠져들었음을 알고 “너도 할 수 있어!” 격려하며 고졸 검정고시 과정을 안내했다.

주 1회 꿈드림센터를 방문해서 검정고시 준비를 하도록 독려했다. 밤거리를 쏘다니던 습관을 버리고 하루 1~2시간이라도 공부에 매진하도록 생활지도를 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던 보호관찰관의 노력에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보호관찰관의 잔소리 덕분인지 조금씩 A양이 신뢰를 보이기 시작해,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공손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울컥하던 분노의 감정도 자제하기 시작했다.

보호관찰관은 쌀을 지원하는 등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A양이 나태해질 즈음에는 “화이팅!!” “너 뒤에서 항상 보호관찰 선생님이 지켜보고 있다!”라는 문자를 수시로 발송하기도 했다.

A양은 공부에 조금씩 재미를 붙이더니 급기야 고졸 검정고시 준비에 속도가 붙어, 낮과 밤을 바꿔 살면서 자포자기하던 A양은 더 이상 없었다.

지난 30일 고졸 검정고시 발표일의 결과는 ‘전 과목 합격’이었다.

A양을 전담했던 주무관 이진원(여·38) 주임은 2019년 8월 보호직 공무원으로 임용돼 전주소년원에서 원생들의 학과지도 등을 담당하다가 올해 1월부터 논산보호관찰소로 발령돼 소년 보호관찰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이진원 주임은 평소 밝고 적극적인 업무 태도로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고, 자포자기 상태에 있던 학업 중단 청소년 11명을 마음으로 변화시켜 검정고시에 합격도록 지도하는 등 비행청소년들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매사에 열정적인 성격 소유자다.

밤거리를 폭주족과 어울리다가 대학 진학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A양은, 2년여 학업중단 상태에 있다가 한 번에 검정고시에 합격한 비결의 물음에 “보호관찰 선생님의 끊임없는 잔소리 덕분에 고졸 검정고시 합격했어요~. 내년 3월에 대학 가면 생물학을 전공하고 싶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나는 안돼!’라는 자포자기 심정으로 폭주족과 어울리며 집단 폭력의 가해자였던 A양은 “너는 그런 애가 아니야!”, “너도 할 수 있어!” 라는 보호관찰관의 끊임없는 관심과 믿음에 ‘전 과목 합격’이라는 큰 선물을 안겨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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