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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시인 '울보시인' 박용래 일생을 돌아보다

극단 떼아뜨르 고도, 대표 시 ‘오류동의 동전’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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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2.11.13 14:09
  • 기자명 By. 우혜인 기자
▲ 10일 오후 대흥동 우리들 공원 공연장에서 열린 '오류동의 동전' 연극.(사진= 우혜인 기자)
[충청신문=대전] 우혜인 기자 = '한때 나는 한 봉지 솜과자였다가/한때 나는 한 봉지 붕어빵였다가/한때 나는 좌판에 던져진 햇살였다가/중국집 처마 밑 조롱 속의 새였다가/먼 먼 윤회 끈/이제는 돌아와/오류동의 동전'

서민들의 애환을 담아 노래한 이 작품은 박용래 시인의 '오류동의 동전'이라는 시다.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모든 것을 자신과 일체화하며 눈물과 애정을 담아 바라보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박 시인은 대전의 대표 향토시인이며 '눈물의 시인'이라고도 불린다.

그는 보문중학교와 한밭중학교, 대전철도학교에서 근무하다 1965년 오류동 17-15번지(현재 오류동 149-12번지)에 정착하면서 창작에 전념했다.

1969년에 박목월 시인의 도움을 받아 첫 시집 '싸락눈'을 출간했으며 이중 시 '저녁눈'은 현대사학사 제정 제1회 작품상을 수상했다.

1971년에는 한국시인협회 주선으로 한성기, 임강빈, 최원규 등 대전의 시인들과 '청와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1975년에는 제2시집이자 시선집인 '강아지풀'을, 1979년에는 제3시집 '백발의 꽃대궁'을 내며 대체 불가능한 재능을 지닌 서정 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1980년 7월 교통사고로 입원하면서 그해 11월 21일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55세의 나이로 그는 시와 이별을 맞이한 것이다.

그러나 박 시인의 사후에도 그와 그의 시를 향한 사람들의 애정은 계속됐다. 그는 한국문학사가 제정한 제7회 한국문학작가상을 수상하며 인정을 받았다.

대전에서는 사후 4년 만에 보문산 사정공원에 '박용래 시비'가 세워졌으며, 시비에는 시인의 대표작인 '저녁 눈'이 새겨졌다.

보존되지 못해 공영주차장으로 변한 박용래 시인의 집터에는 표지석이 세워졌다. 지난 2009년 중구청과 한국문인협회가 주도했으며, 표지석에는 시 '오류동의 동전'이 새겨졌다.

무엇보다 시를 가장 사랑하고, 나물밥 30년의 세월에도 구차함 없이 그저 술과 시에 취해 서정적인 삶을 보낸 '눈물의 시인' 박용래.

그가 10일 '오류동의 동전' 연극으로 다시 태어나 관객들을 마주했다.

극단 떼아뜨르 고도 주최·주관으로 열린 이번 연극은 중구청에서 사업비 일부를 후원 받아 진행됐다.

대전 지역은 물론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시인임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 본격적 스토리텔링 과정이 없어 연극으로 공연하게 된 것.

연극 '오류동의 동전'은 '눈물의 시인'으로 알려진 박용래의 눈물이 그의 삶의 자세가 현실을 부정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포용하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또한 박용래의 삶을 재조명하고 그의 영원한 콤플렉스였던 누님의 죽음,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의 혼란과 6·25 전쟁을 고스란히 겪은 시대적 감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연극이다.

연극을 통해 고독 속에서도 항상 순수함을 잃지 않았던 그의 인생관과 문학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연극을 보러 온 오모(25)씨는 "우연히 지나가다가 박용래 시인의 연극을 보게 됐다. 대전을 대표하는 시인이 있는 줄 몰랐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돼 좋았다”며 “연극을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졌다. 집에 가서 박 시인의 시를 찾아 읽어봐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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