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싶지 않지만, 우리나라 자살률이 여전히 세계 1위라고 한다.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에 문화 대국으로 우뚝 선 우리나라의 그런 현실이 놀랍다. OECD 회원국 중 노인 자살률 1위에 30대 이상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통계고 보면, 우리 주변에 드리운 그림자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다. 2011년부터 감소추세에 있다고 하지만, 경제성장과 문화융성을 누리는 우리나라 자살률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연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1만 3천여 명에 이른다. 2022년도 상반기엔 하루 평균 1천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끊었다. 고독사는 최근 9년간 3.4배가 증가했다고 한다. 고독사까지 더하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사람의 수는 몇 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 20대 사망원인 중 57%가 극단적 선택이라는 통계도 있다. 그처럼 꿈과 희망을 품을 수 없는 가난이나 질병의 고통을 겪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2023년도 보건복지 예산이 100조 원대를 넘어 특히, 취약계층 사회안전망이 한층 더 두터워질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어느 정부든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라든가, 저비용으로 질병을 치료를 받게 하는 데 소홀함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복지 분야의 효과적인 재정집행에 허점은 없지 않았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 한다는 말은 있다. 그러나 누구도 소외됨 없고, 차별 없는 촘촘한 복지행정은 이루어졌는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모두 다시 짚어보아야 하겠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준비하고, 그 길을 열어주는 역할은 정부와 우리 사회의 공동 책임이며 몫이다.
인간사회에서 물질보다 앞서야 하는 것은 깊은 관심과 따듯한 시선이다. 스스로 조리해 먹을 수 없는 환우의 냉장고에 재료만 가득 채워주고 거들떠보지 않는 형식적인 보살핌은 결코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마음의 상처까지 얹혀 주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것을 정부에 요구하거나 의존만 할 게 아니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 공동체 일원인 공공목적의 단체나 가까운 이웃들의 세심한 배려와 사랑이 담긴 응원의 손길이 더 큰 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연말연시 생각도 깊어지고 발걸음도 바빠지겠지만, 단 한 번만이라도 장막 뒤에 가려진 채 가난과 질병으로 실의와 좌절에 빠진 이웃을 일으켜 세우고자 한다면, 함께 맞이할 새해와 봄 길이 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