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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김일호 한국문인협회세종시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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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3.09.17 14:4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일호 한국문인협회세종시지회장
민족고유 명절 추석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언제 더웠냐는 듯 조석으로 부는 바람도 선선해졌다. 지난여름 예측불허의 집중호우와 극심했던 무더위에 살아남은 오곡백과도 나날이 속살 채우며 고운 빛을 빚어내고 있다. 시련의 계절을 극복하며 함께 살아온 사람들의 걸음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렇게 가을 길에 들어서고 보니 많은 생각들이 파란하늘 뭉게구름처럼 부풀어 떠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제삿날이나 명절이 빨리 온다는 말이 있다. 그런 날들 가까이 올 때 마다 근심걱정 마를 날 없는 것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심정일 것이다. 평소 마음먹은 대로 이루지 못한 것들의 아쉬움과, 적은 것이라도 나눌 수 없는 형편을 안타깝게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 보니 아니온 것 만 못한 명절이 되레 삶의 무게로 짓누르게 되고, 덩달아 조급해지는 추석명절을 앞두고 있다.

이미 기대를 저버린 지 오래되었지만, 뉴스를 볼 때 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3류 정치에 민생이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묻지마식 범죄는 우리사회 곳곳에 불치의 병처럼 전이되고 있으며, 불신과 불안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채 피워보지도 못하고, 채우지 못한 꿈과 희망의 짙은 그림자는 곤한 삶에 지친 사람들을 극단적 선택의 벼랑으로 몰아가고 있다.

얼마 전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젊은 엄마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었고, 네 살 어린아이는 그 엄마 곁에서 아사직전 의식을 잃은 채 가까스로 구조되어 목숨을 건졌다. 결코 모른 척 외면할 수 없는 우리사회의 그늘진 단면에 흠뻑 젖은 슬픔이 가슴 아프게 파고드는 사건이다.

그렇다고 누구를 원망하거나 미워할 수만 없지만, 문제는 그러한 사건 사고가 현재도 이어지고 있음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언론매체나 SNS를 통해 자랑으로 알려지는 미담은 얼마나 많은가,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모두 복지예산은 얼마나 증액되었으며, 관련 프로그램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10년 전 그 때나, 10년이 지난 오늘이나 복지사각 그늘이 없어지기는커녕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뿐이다.

지난 13일 100세를 일기로 타계하신 삼영화학그룹 이종환 명예회장의 선한 영향력은 우리사회에 많은 깨달음을 안겨주고 있다. 평생 1조 7천 억 원이란 큰돈을 장학금으로 기부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 땅의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울림이 되고 있다. 고 이종환 회장께서는 평소 “돈을 벌 때는 천사처럼 벌수는 없지만, 쓸 때는 천사처럼 쓰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또한 ‘인생은 빈손으로 와서 그냥 빈손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손에 가득 채운 뒤에 그것을 사회에 돌려주고 빈손으로 가는 것이다.’라는 의미의 공수래(空手來) 만수유(滿手有) 공수거(空手去)란 말도 남겼다고 한다. 극단적 이기주의 만연으로 척박해진 사회와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큰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중추가절(仲秋佳節), 가을이 한창인 때의 좋은날이라는 뜻으로 ‘추석’을 달리 이르는 말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곱씹어 볼 때이다. 마음이 보배라고 한다. 콩 한쪽도 나눈다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마음을 이어받은 작은 사랑과 정성일지라도 부모형제와 이웃에게 전할 수 있다면, 만인의 꿈과 희망으로 자리하게 되리라 믿는다. 늦게 사 피어난 꽃이 더 아름답고, 지각한 열매가 더 귀한 것이다. 힘들고 지쳐 주저앉고 싶은 사람들은 없는지, 좀 늦은 감이 없지 않더라도 서로 살펴보고 손잡아 이끌어주는 추석명절을 기대해본다. 모두에게 좋은 계절,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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