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기억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희미해지거나 사라졌다. 응당 자연의 이치다. 그러나 지금은 소셜미디어, 클라우드 서비스 등이 그간 걸어온 발자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디지털 기록은 개인의 성장과 경험을 비추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동시에 늘 존중 받아왔던 '잊혀질 권리'를 무력화 시킨다.
개인의 실수, 잘못된 판단, 신념의 변화 혹은 성장과정에서의 어설픈 선택들을 누구나 언제든 추적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야기한다. 영구성의 폐해다.
문제를 인식한 듯 정부가 '아동·청소년 디지털 잊힐 권리' 시범 사업인 '지우개 서비스'를 도입했다. 만 24세 미만의 신청자가 만 18세 미만 시기에 게시한 사진, 영상 등 개인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게시글을 삭제·블라인드 처리해준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일부 문제에 대한 임시 대책일 뿐, 유튜브 등지 가짜뉴스가 판치고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된다.
일명 사이버렉카들은 여전히 '아니면 말고'식의 무분별한 행태로 여러 피해자들을 양산, 그들의 잊힐 권리를 묵인하고 있다. 국회가 1인 방송을 비롯한 인터넷방송을 규제하는 통합방송법 제정안을 논의 중이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실현되기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법적 제재가 이뤄지기 전까지 개인은 디지털 프라이버시에 대한 강화된 인식을 가져야 하며, 플랫폼 제공자들은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기록 유지와 삭제에 대한 권한을 적절히 부여해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우리는 기술 발전과 개인 권리 사이의 균형을 끝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안심하고 각자만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계가 담긴 일기장을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