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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화시민? 연극 한 편 보는 것부터 시작해요"

이인복 대전소극장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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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4.02.07 15:13
  • 기자명 By. 황천규 기자
▲ 7일 아신극장 티캣박스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이인복 회장.(사진=황천규 기자)

“배우 숨소리, 동작 하나도 고스란히 전달
연극은 삶의 무대이자 다양한 삶의 축소판
시민과 호흡하며 건강한 소극장 생태계 조성”

[충청신문=대전] 황천규 기자 = 배우의 숨소리가, 동작 동작 하나가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해지는 소극장에서는 인생의 여러 스펙트럼의 단면을 또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직관할 수 있다.

울고 웃고 하다보면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고 자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왜냐 하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장면들이 인생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대전 연극계에서 이인복은 소위 잘 나가는 이다. 한국소극장협회 대전지회장이자 아신극장 대표인 그를 7일 대흥동에 위치한 극장 사무실에서 만났다. 아신극장 1, 2관을 운영하고 최근에는 둔산에 런던스테이지라는 소극장 문도 열었다.

대전에서 유일한 상설극장으로 연중 공연이 열리는 아신극장을 이끌고 있는 그는 “소극장 시장 상황이 열악하지만 지역 소극장계의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소명을 갖고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신’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본인이 신의 경지에 다다를 정도로 진심을 다해야 관객과 진정한 소통이 가능한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대전소극장협회 회원 소극장은 11개이다. 원도심인 대흥동 문화예술의거리를 중심으로 6개가 포진하고 있다. 서울의 대학로를 연상시킨다.

소극장은 300석 미만을 가리키는데 보통 100석 안팎이다.

이 회장은 “주말이면 거의 만석이지만 평일은 30~40% 관객이 든다”면서 “젊은층이 대다수이다”고 했다.

‘연극의 맛’을 알려면 초중고 학생 때부터 공연을 봐야 하는데 공부하느라 그렇지 못한게 안타깝다는 그는 “공연이든 전시든, 한 번 본 이가 계속해서 공연장을 찾는다”고 했다. “문화시민, 문화도시? 그리 거창한 거 아니다. 1년에 연극 한 편 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차에 대전시와 교육청이 시행하는 ‘아트키움’에 대한 기대가 컸다. “아트키움은 청소년들이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찾도록 지원하는 전국 유일의 제도다. 그런데 버스를 대절해 대형공연장을 찾는 경향이 많아 소극장에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학교 차원의 관람보다 개인적으로 티켓팅을 하는 등 찾아보도록 해야 하는데 현실이 그리 녹록지않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대전시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0시축제 모티브가 영국 에딘버러 축제라고 하자 “에딘버러축제는 완전 개방돼 있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다. 참여자들은 두가지를 보는데 흥행에 성공해 돈을 버느냐. 아니면 쇼케이스 형식으로 인지도를 높여 작품을 팔 수 있느냐다. 반응이 안좋으면 쪽박차면 된다.”

철저한 시장 논리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게 됐다는 것.

관 주도보다는 민간이 앞장서야 지속성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회장은 “0시축제 때 소극장에서 양질의 연극 공연뿐만 아니라 음악 공연 등 다양한 레퍼터리로 관객들에게 다가선다면 소극장도 활성화되고 축제도 ‘대전판 에딘버러 축제’로 완성될 수 있다”면서 “참여 방안을 모색해보겠다”고 했다.

아신극장 손익계산서에 대해서는 ‘제작비와 부대비용을 감당하려면 대전 공연만으로는 안된다. 그래서 전국 투어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신극장은 1년에 보통 작품 10개 정도를 무대에 올린다. 한 개 작품 공연 기간은 한 달 안팎이다.

이 회장은 “이런 상설극장이 늘어나야 작품도 다양해지고 서울로 유출되는 관객 발길도 붙잡을 있다”면서 “연극과 달리 소극장을 자영업으로 보는 시각이 있어 관 지원이 전혀 없는 상태“라고 했다.

소극장이 살아나야 무대에 오르는 배우도 늘어나고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관객들도 많이 찾아 활기찬 소극장 문화가 형성되는 선순환 구조가 된다는 논리다.

이 회장은 “예산 지원도 좋지만 독서주간, 독서의 달처럼 소극장 주간, 소극장 달을 운영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서울 대학로에 버금가는 소극장 생태계가 조성돼 다른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공연을 보러 대전을 찾는 그런 날이 오도록 앞장서겠다는 그의 표정에 희미한 웃음이 담겼다. 생각만 해도 즐거운 게다.

“소극장도 경영입니다. 양질의 공연으로 지역민에게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관객은 공연을 보면서 일상에서 잠시 탈출해 만족감을 느끼면 누구든 소극장을 찾게 될 것이다. 그러면 소극장도 더 힘이 나고 더 좋은 공연으로 보답하게 된다.”

이번 주말 가족과 연인과 친구와 함께 소극장을 찾아 충전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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