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침을 열며] 주연(主演)과 조연(助演)…본질을 꿰뚫자

김용민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 칼리지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4.03.03 17:06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용민 대전대 혜화리버럴아츠 칼리지 교수
오늘날 우리 사회의 중심 이야깃거리 소재 중 50~60대에게 있어서는 건강이라 할 수 있다. 50대 이상 기성세대가 모임을 하면 부딪히는 술잔의 안줏거리 소재는 자녀의 대학 진학에서부터 출발한다. 이후 직장을 구했는지가 그 중심이며 결혼 여부 그리고 손자, 손녀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술자리의 마지막은 단연코 자녀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자조적인 말과 함께 건강하자, 건강할 때 건강을 챙기자는 결론을 도출하는 것으로 모임은 끝나게 된다. 중심 이야기는 자녀 이야기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건강이 이야기가 중심이다.

건강 이야기가 나왔으니 우리나라 50대가 가장 선호하는 건강 지킴 또는 건강 유지 운동으로 등산이 단연코 1위이다. 등산복만 한 벌 있으면 된다.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산인 우리나라 지형 특성상 산의 규모가 크고 작고 또 산의 높이가 높고 낮고의 차이가 있을 뿐 둘러보면 온통 산이다.

필자도 거창하게 말하면 등산이 취미이다. 산림청이 나름의 이유로 제시하는 100대 명산을 하나하나 정복해 가는 중이다. 그러나 산을 정복하는 데 있어 아내와 함께한다. 부부가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고 보니 주변의 많은 지인이 평소보다 모임에서의 주량이 적으면 “등산하는 사람이 뭐 이래!”라는 핀잔을 자주 한다. 대꾸하고 싶지도 않다. 물론 등산을 자주 하면 건강 상황이 개선되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주말에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것보다 백배 나은 행동이니 말이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부부가 함께하는 등산은 건강은 조연일 뿐 주연이 아니다. 주연은 아내하고의 대화라 할 수 있다. 산의 입구 주차장까지 운전해서 가는 2시간 남짓의 시간, 3시간 남짓 올라가는 산행길과 반대로 같은 시간이 걸리는 내려가는 산행길에서 싫든 좋든 평소 못했던 부부간의 대화 즉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 오해를 풀고 이해의 폭을 넓히며 평소 생각을 말하고 또 듣는 과정은 나에게 있어 산행의 이유이다. 주연은 부부간의 대화이고 조연은 등산을 통한 건강이라 할 수 있다.

등산하다 보면 혼자 산행하시는 분들을 본다. 답답하고 속상한 일을 또는 행복하고 즐거운 일을 곱씹는 자신과의 내적인 소통을 하시는 분들이라 생각한다. 산악회 분들을 만나고는 한다. 작게는 5~6명, 많게는 10여 명이 무리를 지어 정상으로 오르고 정상에서 내려온다. 산악회 분들 또한 오르고 내리면서 끊임없는 대화를 이어 나간다. 산악회는 회원들과의 소통이 먼저, 건강은 덤이라고 감히 상상할 수 있다.

중심과 주변, 주연과 조연의 헷갈림은 이론과 현실의 차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고도로 분업화되어 있는 세상에서 자신이 잘하는 그것. 타인보다 경쟁력이 있는 그것을 찾아 열심히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남들보다 잘하는 것, 경쟁력이 있는 것을 찾는 과정이 교육이며 교육을 통해 발견된 나만의 특별한 재능을 갈고닦는 것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근간이 되어야 한다.

이론과 현실의 차이를 우리 교육에 적용해 보자. 중고등학교 때 배우고 익힘을 기반으로 본인의 소질과 적성이 판가름 나고 이를 대학의 전공으로 연결 지어 본인의 소질과 적성이 대학 교육을 통해 한 단계 더 발전하여 사회생활의 경쟁력으로 작용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론이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가면 대학의 전공선택은 모든 것이 무시되고 오로지 학교성적 또는 수능성적으로만 결정된다. 소질과 적성은 무시되다 보니 대학은 대학만의 특별한 고등교육을 구현할 수 없다.

자유전공 학부 또는 모집단위 광역화가 태어난 배경이다. 이는 일단 입학하고 대학에서 1년 또는 2년간 학업을 이수하는 과정 안에서 자기 소질과 적성을 발견하고 이를 대학의 교육과 연결 지어 대학생의 역량을 키우게 된다. 대학생의 역량은 사회진출에 있어 결정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신문 기사로도 나왔듯이 대학생 자기 소질과 적성보다는 취업이 잘되는 전공이 학생들의 선택을 주로 받는다. 경영학이 그렇고 컴퓨터공학이 그렇다. 기초학문은 취업이 잘 안된다는 이유로 선택이 잘되지 않으며 특히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선택된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기업은 대학 졸업생을 즉시전력감으로 여기지 않는다.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는 OJT(직장내 교육훈련)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OJT강화는 대학 교육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행태인 것이다.

중심과 주변을 의미하는 주연과 조연은 결정론적 시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주연이 때론 조연이 될 수 있고 조연은 또한 주연이 될 수 있는 순환구조이기 때문이며 이 순환구조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사회는 경쟁력이 있는 사회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주연은 항상 주연, 조연은 항상 조연이라는 고정관념, 그리고 이를 헷갈려 그 본질을 꿰뚫지 못하는 아둔함은 경계의 대상임은 분명하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