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서산시 대산면 독곶리 주민 ‘엇박자 행정’에 분통

가로림만 세계적 생태공원 조성 활기 속 입구에는 폐기물 처리업체 유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24.03.10 10:29
  • 기자명 By. 이승규 기자
▲ 조선수 독곶어촌계장이 올해 초부터 시청 앞에서 가로림만에 폐기물 처리업체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두 달 넘게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사진= 이승규 기자)
[충청신문=서산] 이승규 기자 = 충남 서산시 대산면 독곶리가 몸살이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이곳은 풍부한 해산물로 살기 좋은 마을이었으나 지금은 허울 뿐이다.

1980년대 말 대산석유화학단지로 공장들이 들어서며 바다를 접한 2면은 있으나 마나다.

나머지 한쪽 면 바다 역시 항만 구역으로 지역 어민들은 과거의 영광만 떠올린다.

대산공단 가동은 곧 소음과 냄새로 해당 지역민은 삶의 터전을 잃은 거나 진배없다.

이에 주민들은 30여 년 전 이주를 강력히 요구하게 됐고, 당시 충남도에서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였지만, 지금껏 이주는커녕 자리도 뜨지 못하고 있다.

애초 이주 약속은 말 그대로 껍데기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환경오염 등의 영향으로 삶의 터전을 일궈온 주민들이 하나둘씩 각종 암으로 세상을 등졌다는 게 독곶마을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반가운 소식도 전해졌다.

정부의 가로림만 국가해양생태공원 조성계획으로 활기를 더하는 것이다.

이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가로림만 일원에 2028년까지 1236억 원을 들여 해양생태계 보전·이용과 함께 지역 상생 거점을 조성하는 게 목표다.

현재 타당성 재조사가 진행 중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는 게 관가의 소식이다.

이완섭 서산시장은 이와 관련 “무조건 추진해야 할 과업 중 하나”로 “지난해 국비 20억 원이 반영된 만큼 잘될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엇박자 행정'은 지역 주민들을 또다시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한쪽에선 세계적인 생태공원 조성을 약속하고, 다른 한쪽에선 폐기물 처리업체를 유치하는 모양새가 그렇다.

가로림만은 세계 5대 서해 갯벌 지역으로 보전 가치가 높은 해양 자연유산이다.

또한, 국내 환경가치 평가 1위답게 국내 최초이자 최대 해양생물보호구역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정부는 2016년 이곳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곳에는 149종의 대형 저서동물들이 살고 있으며, 습지보호지역 기준 면적의 9배에 달하는 염생식물이 분포하는 등 생태학적 가치가 높다.

말 그대로 높은 생물다양성과 해양생태계 건강도를 품은 가로림만은 현세대가 미래를 위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켜야 할 유산이다.

그러한 가로림만 입구에 폐기물업체 유치는 기막힌 행정이 아닐 수 없다.

가로림만은 호리병 모양으로 작은 오염에도 치명타를 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폐기물업체가 들어서려고 하는 곳은 서산 9경 중 7경인 황금산 입구다.

이에 발끈한 독곶리 주민들은 가로림만을 의지해 살아가는 인근의 오지·대로리·웅도 등지의 주민들과 함께 폐기물업체 유치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가로림 어촌계와 환경단체 등도 합세했다.

주민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충남도와 서산시에서 가로림만 안쪽을 세계적인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발 벗고 나선 가운데 그 입구에 폐기물업체가 들어서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처사로 서산시장이 나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서산수산업협동조합 조선수 독곶어촌계장은 올 초부터 두 달 넘게 서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며 "가로림만이 오염되면 지역 어민은 물론 서산시민들도 피해자가 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일각에선 그의 이런 행동을 두고 보상금을 많이 받아내려는 심산이라고 한마디씩이다.

조 계장은 이와 관련 펄쩍이다.

그는 “오직 폐기물업체가 독곶마을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기 위함이지 보상금과는 일체의 관계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보상금과 관련한 일각의 주장은 서산시에서 협의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폐기물업체와 협의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과도한 보상금을 요구한 적이 있다”며 “아마도 지금에 와서 이를 두고 한마디씩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폐기물업체인 ㈜에이루트에코는 2023년 10월 서산시로부터 폐기물처리 사업 적합 통보를 받았고, 같은 해 12월 16일 대산읍 독곶1리 마을회관에서 관련한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회사 측은 "우리 사업은 대기환경 5종 시설로 폐수 또는 소음진동 배출신고 대상시설이 아니다"라며 "환경 친화적이고 최첨단 기술로 주민들이 우려하는 환경오염물질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산시 담당부서 관계자는 ”다른 지역으로 출장 가서 관련 시설에 대한 환경오염 우려 등을 현장 점검 결과 우려할만한 사항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고, 법적으로도 별다른 문제가 없어 적합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