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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말(言)의 씨앗

김일호 한국문인협회 세종시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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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4.03.17 13:2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일호 한국문인협회 세종시지회장
일언부중천어무용(一言不中千語無用)이란 말이 있다. 한 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천 마디 말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뜻이다. 성서에도 ‘사람은 입에서 나오는 열매로 하여 배가 부르게 되나니 곧 그 입술에서 나는 것으로 만족하게 되느니라. 죽고 사는 것이 혀의 권세에 달렸나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그 열매를 먹으리라.’고 했다. 말의 씨앗이 쓴 열매를 맺을 수 있고 달콤한 열매도 맺을 수 있다는 말 한 마디의 가치와 무게를 뜻하고 있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22대 총선일이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오면서 비수나 다름없는 막말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말 한마디가 자리에 올려놓기도 하고 끌어내리기도 한다. 말이 말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선거 국면이 매우 혼탁하다. 심지어 잊혀졌는가 싶던 과거의 언행들이 소환되어 피할 수 없는 폭탄이 되고 있다. 그러한 말 폭탄은 진영 간 개인 간 선거판 무기가 되어 국민들이 듣기에 참으로 거북하다 못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그처럼 과거의 말이든 현재의 말이든 정제되지 않은 막말의 홍수로 혼란을 겪고 난감해 하기는 유권자인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흉기를 들이대거나 주먹질하는 것만 폭력이 아니다. 무심코 뱉어낸 막말은 주워 담을 수 없는 서로의 상처로 남게 된다. 정치인에게는 누구보다 높은 도덕적 기준과 고도의 통제력이 요구된다. 특히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나 그들이 속한 집단인 정당에서 쏟아내는 말은 맑은 물에 씻어내듯 정제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경쟁대상 뿐만 아니라 유권자인 국민들 가슴에 불신과 상처로 남는 말의 씨앗이 21세기 대한민국 선거판의 현실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크다.

도대체 선량(選良)을 뽑자는 것인지 싸움꾼을 뽑자는 것인지 모르는 오늘이다. 한 번 두 번 겪으면서 성숙해질 만도 한데, 이번 선거판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다. 오죽하면 피아(彼我)조차 구분할 수 없는 진흙탕 싸움에 빗댈까 말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만 되면 그만이란 식의 일그러진 선거풍토가 선량한 국민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할 뿐 아니라 끝내 주권행사를 포기를 조장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지라도 결코 주권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한 표 두 표 모아진 국민주권으로 못 이룰 것 없다. 눈을 뜨고 귀를 열어 감시자로 검증하고 비판자로 심판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야만 선거문화가 개선될 것이며 믿고 맡길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각 정당은 선거 때 마다 입버릇처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후보를 내세우겠다고 한다. 그 약속이 바람처럼 스쳐지나갈지라도 국민의 목소리를 낮추거나 숨기지 말아야 한다. 거창한 구호로 포장하고 무작정 편들어주는 다수의 힘이나 지역주의에 편승하며 막말을 서슴지 않아도 당선되는 사례가 없도록 하는 것이 국민 몫이다.

봄이 오는 길은 늘 순타하지 않다. 긴 겨울 이겨내고 찾아오는 봄날의 그 길에 꽃을 시샘하는 비바람 부는 과정을 이겨야 한다. 그러나 그 비바람이 연둣빛 새순을 꺾어 버리거나 꽃잎을 밟지는 않는다. 선거는 늘 그랬다는 듯이 모른 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없다. 민주주의 꽃을 피운다는 선거의 뜻을 훼손하는 말의 씨앗은 아예 파종하지도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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