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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재미

김홍설 배재대학교 레저스포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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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24.03.28 13:47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김홍설 배재대학교 레저스포츠학부 교수
운동하기 좋은 계절인 봄이 찾아왔다. 아침저녁으로 도심 둔치에 나가보면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팔을 앞뒤로 힘차게 흔들며 걷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에게 왜 걷느냐고 질문하면 어떻게 대답할까? ‘건강을 위해서’, 그리고 ‘걷는 것이 재미있어서’, ‘걸으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즉, 건강 목적을 제외하고 운동이 재미가 없고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둔치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재미란 무엇인가?

재미(enjoyment)는 즐거운 기분이나 느낌이다.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경험을 통하여 알 것이다. 그렇지만 왜 그런지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스트레스가 사라져서, 또는 뭉친 근육이 풀어지거나 엔도르핀 수치가 높아져서 그럴 것이라고 짐작할 것이다. 뇌과학자 존 레이티 교수는 운동을 하면 유쾌한 기분이 드는 진정한 이유에 대하여, 운동을 통하여 뇌에 혈액을 공급하여 뇌가 최적의 상태가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운동이 생물학적인 변화를 일으켜 뇌세포들을 서로 연결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이는 운동이 단순하게 우리 몸에 이롭다는 사실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흥미진진하다. 근육이 발달하고 심장과 폐의 기능이 개선된다는 사실은 부산물에 불과하다.

재미를 좀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하여 행복이란 단어와 비교해 보자. 재미는 그동안 우리의 삶에서 다소 하찮은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행복에 비하여 많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한국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행복지수가 높은 서양인들은 재미에 관심이 많은 반면, 행복지수가 낮은 한국인들은 행복에 관심이 많다. 즉,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재미있게 살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행복은 목표, 결과에 초점을 맞추지만 재미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재미는 행복에 비하여 더욱 구체적이고 실천적이다. 따라서 행복해도 재미없지만, 재미있으면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점에서 재미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삶은 행복한 삶의 첩경이다.

수많은 신체활동은 참가자들에게 재미를 가져다주는 기회를 제공한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근본적인 점은 끊임없이 새로운 욕구를 만들어 내고 이를 충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재미는 긍정적이거나 보람을 가져오게 하는 경우가 많으며, 재미를 느낌으로써 사람들은 한층 더 심리적, 생리적으로 안정감을 갖는다. 이것은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즉, 재미가 있다는 것은 정신적, 신체적 압박이 없고 느낌이 매우 가벼우며 이 느낌이 몸 전체와 마음으로 확산하여 움직임이 쉽게 느껴지고 그 자체로 즐거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재미가 스포츠 참가의 큰 이유라는 사실은 스포츠 종목, 참여 수준, 문화적 배경과 관계없이 일관성을 보인다.

또한 재미는 강한 동기 유발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즉, 재미는 인간의 마음을 움직여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이끈다. 따라서 우리의 삶 속에서의 재미는 힘든 경험이나 도전을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을 길러준다. 나아가 재미는 대인관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속적인 재미의 체험은 사회집단 형성의 기초가 된다. 또래 친구를 사귀는 것과 재미가 있어서 스포츠에 참가한다는 참가 동기의 연구 결과는 이러한 재미의 동기 유발적인 특성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의무로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어서 하는 일로 나눠볼 수 있다. 의무로서의 일과 행위는 살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경우들이다. 예컨대, 의사로부터 매일 1시간 이상 걷기 운동을 권고 받은 암 환자에게 운동은 살기 위해서 행하는 의무다. 그러나 걷기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스스로 둔치에 나와 걷는 경우는 재미가 있어서일 것이다. 이처럼 스포츠를 통한 재미는 삶의 즐거움을 더하는 ‘윤활유’로 간주한다.

결과적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스포츠 참여는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최고의 삶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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