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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의 시대 고뇌하는 시 혹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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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8.22 18:23
  • 기자명 By. 충청신문

“현재의 시가 표현방법의 다양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마음이 다중구조’인 ‘폴리버스’에 가까운 수용자와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 또한 수월치 못하기때문이다”

다중의 세계에서 오늘의 시가 지니고 있는 위상과 역량의 한계를 직시하고 변화를 모색코자 시인은 고뇌한다. 멀티와 메타적 특성이 지금의 세계라면, 역시 다층적이며 메타적인 특성이 본류임에도 불구하고 현 문화, 독자로부터 고립된 시와 시인이기에 고뇌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즉 시의 ‘표현’과 ‘공감’(공유)이 문제임과 동시에 답이라는 것을 잘 알고는 있으나 방법을 모색하는데 있어 명쾌한 답이 궁핍하다는 말이겠다.

그 방법의 한 예로, 최근 상상력과 추론력을 증진하기 위한 방법 하나를 적용하여 학생들과 엉뚱한 수업을 한 적이 있다.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문학의 위대한 산물이자 현재까지 인간의 무한 상상의 세계에 실존하고 있는 ‘거인족’을 소재로 삼았다.

아울러 그와 상반되는 극순간, 실시간 다중 소통이 핵심인 ‘디카시’(핸드폰에 내장된 카메라로 사물을 찍고 그것의 날개념을 문자로 재현하여 실시간 공유하고 소통하는 방식)도 다루었다.

결과적으로 거인족의 존재유무에 관한 답은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 냈다는 것이 중론이었지만 여러 오류를 거치고 시간을 소요해야 했다. 즉 타인의 상상체계를 역 추적하는 일은 더디고 능숙하지 않다는 결론이었던 것이다. 반대로 시적 사물을 포착하고 극순간을 문자로 재현하는 일은 자연적 감각을 갖고 있다 할 정도로 메타적 혹은 환유적으로 재생성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였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다.

‘전설의 거인족 유무’에 관한 주제로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목적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바탕에 두었다. 다음 어떠한 이유로든 거인족이 존재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그 당위성을 규명해 보자는 것이었다.

동시에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근거하여 현존하는 세계 장신들과의 개연성 여부를 추론한 후 전설 속 거인족이 실재 존재했는지에 대한 답을 도출하는 일이었다.

두 번째로는 ‘디카시’에 대한 개념을 설명한 후 자신이 소지한 핸드폰을 이용해 사물을 찍고 그것이 전하는 말이나, 순간의 메시지를 문자로 재현하는 일이었다.

동시에 한 사람, 혹은 여러 사람에게 문자메시지로 송신하거나 동영상으로 인터넷에 탑재하는 방식이라는 설명과 함께 화면(종이)에 고정화 하는 등 다양한 활동 방식을 주문했다.

그 결과 디카시 수신자는 같은 방법으로 디카시를 쓴 후 다시 전송하거나 동영상으로 보내오기도 했으며, 특별한 가르침 없이도 다양한 방법들로 디카시를 즐기고 있었다.

이 사례를 참고로 상상 속의 거인족에 관한 관심은 이 다중의 시대에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디카시와 같이 다중·멀티·메타적 방식으로 표현된 창작물이 아니라는데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다소 더디고 아날로그적이긴 하나 인간의 상상력과 추론력을 향상시키는 데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시도 이 상상 속의 거인족 같은 강렬한 이미지로 살아있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 가능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 한 가지 고민은, 현재의 시가 표현방법의 다양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그렇기에 시가 다중적 문화를 소화해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마음이 다중구조’인 ‘폴리버스’에 가까운 수용자와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 또한 수월치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대 문화의 콤플렉스를 건드릴 수 있는 어떤 장치의 필요성’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지만 수월하거나 만만치 않다는데 시의·시인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최광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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