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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하는 일에 동의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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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08.22 18:43
  • 기자명 By. 강재규 기자
▲ 강재규 서울본부장

"국정원 국조특위 청문회장은 극명한 대결구도 단면, 정치권은 멀리 볼 줄 모르고 일본 움직임에는 눈가리고"

좋은 말로 해서 ‘정치는 생활을 변화시키고, 예술은 삶을 변화시킨다’고 한다.

이 명제에 진정으로 동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일부 동의하더라도, 실제 현실에 와서는 조금도 동의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정치 현장에서 벌어지는 것은 이미 해묵은 일이다.

사상 최악의 무더위에도 아랑곳 않고 진행된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는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그리고 국정원을 진정으로 개혁하기 위한 어떠한 결말을 찾기 보다는, 여야 극명한 대결구도만 형성한 채 종결되기에 이르렀다.

역대 국정조사가 20여차례 열린 가운데 김대중 정부시절 열린 옷로비사건에 대한 청문회가 이번과 마찬가지로 어지간히 떠들썩하게도 열렸었다.

그럼에도 ‘얻은 것이라고는 앙드레김의 본명이 김봉남이라는 사실 뿐’이라는 자조가 나왔듯, 이번에도 건진 것이라고는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광주의 딸’이라는 것과, 쓰기는 ‘국조청문회’로 쓰고, 읽기는 ‘정쟁쇼’라고 읽는다는 비아냥이 난무할 뿐이다.

항간에는 청문회장이 고성과 여야 싸움과 욕설·삿대질 등이 빈발하며, 그러다 새누리당측의 잦은 퇴장 등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데에는 날씨와 무관치 않다는 우스갯 분석(?)을 내놓는 이도 없지 않다.

다시말해, 하필 계속되는 폭염 속에 정부에서는 연신 예비전력 경고를 발령하는 통에 청문회장이라고 해서 시원하게 냉방하지 못한 상태서 진행하려니 여야 의원들 가릴 것없이 불쾌지수가 최고조로 상승한 때문이란 것이다.

실제 국정원에 대한 2차 청문회가 열렸던 날은 온 종일 청문회장이 그야말로 가득찬 청중인파들까지 가세, 실내 온도가 섭씨 40도를 오르내릴 정도였다. 평소 싸우지 않을 일도 불쾌지수가 크게 올라가면 스트레스로 인해 충돌하는 법인데, ‘그럴법도 하겠다’며 일면 수긍도 간다.

우리 정치가 이처럼 극심한 정쟁에 몰입하고 있는 사이 바다 건너 일본에서는 아베 내각 들어 노골적이고 계획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야스쿠니 집단 참배 움직임을 비롯해, 일본의 침략역사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일본지도층을 중심으로 도를 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본 방위성은 최근 공격용 부대로 분류되는 해병대를 창설하기 위해 내년에 ‘준비 부대’를 발족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우경화와 군국주의 회귀 움직임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듯 인접국 문화침탈과 강제징용·징발, 특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사과와 보상에는 애써 모른체 하거나 심지어는 역공에 가까운 궤변이 자주 출몰하는 것에 대해 우리 정치권은 과연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 이용녀 할머니의 별세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된 한국인 237명 가운데 생존자는 이제 불과 57명에 불과하다.

기자가 10여년 전 몸담았던 매체에서 전국을 뛰어다니며 단독 발굴해 생생한 증언을 보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모았던 일본 벳시동광 강제징용자 수천명 가운데는 그 사이 이미 고인이 된 경우도 허다할 것으로 짐작된다.

일제 말기 당시 벳시동광은 일본 규슈인근 에이메현(縣)에 위치한 일본 대표적 동광이었는데, 유독 충청권 지역에서 많은 젊은 인력을 징발해가고도 그 보상은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충청 젊은이들의 한이 서린 곳이 아닐 수 없을 것같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정부가 일제 강점기 당시 한국인 징용자의 한이 서린 또 하나의 지역 곧, 규슈 야마구치 탄광 항만지역을 근대화 산업유산으로 묶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통탄할 소식이다.

역사를 미화하는데 혈안이 된 일본이 가릴 일이 따로 없겠지만, 우리 정치권은 도대체 뭣하는지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오로지 ‘민생, 민주’로 포장된 정쟁에 골몰할 뿐이다. 정치가 생활을 월등히 낫게 변화시키지도, 국민의 한을 풀어주지도 못한다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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