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학교가 ‘제2의 보충수업’ ‘교실 안의 염가 사교육’으로 변질되고 있다. 특히 중·고교로 올라갈수록 국어 ·영어 ·수학 중심의 교과과목 비율이 높아 고학년일수록 입시 위주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어고 ·과학고는 일반고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기홍(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 제출받은 ‘방과후학교 운영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은 292개 초·중·고교가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의 절반에 가까운 평균 46.9%를 특기적성 수업이 아닌 입신 위주의 국영수 과목으로 운영했다.
충남도 738개 초·중·고교의 방과후학교 국영수 개설 비율이 평균 44.5%나 됐다.
이는 전국 학교 평균 42.4%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나머지 프로그램은 과학, 음악, 미술, 체육, 기타 등이다.
방과후학교는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학생들의 특기와 적성을 길러주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지역 대부분의 일선 학교에서 학력신장을 위한 교과보충 혹은 심화과정에 집중하면서 ‘제2의 보충수업’으로 변질되고 있다.
방과후학교가 ‘제2의 보충수업’ ‘교실 안의 염가 사교육’으로 변질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교육전문가들은 교육계의 구조적 문제, 즉 성적 위주로 학생을 뽑는 입시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극복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성적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일선의 한 교사는 “중·고생들은 초등학교와 달리 입시를 도외시할 수 없고, 또 학부모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예체능 과목으로 대체하기 쉽지 않다”며 “학교에서 학생들의 특기적성을 살리는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싶어도 학보모들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대다수 반친구들이 국영수를 선택하는데 다른 프로그램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며 “저렴한 수업료로 과외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유 의원이 밝힌 ‘방과후학교 운영 현황’ 중 운영주체별 강좌 현황이 눈에 띈다.
민간위탁 업체들의 강좌가 작년 3910개 학교에서 3만6422개 수업을 진행하는 등 꾸준히 늘고 있다. 이들 업체 대부분이 국영수 과목에 월 10만 원 이상의 수강료를 받고 있으며, 심지어 종합반 수업을 운영하는 곳도 있었다. 방과후학교가 사업화 시장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대전과 충남의 방과후학교 참여율은 대전 82.7%, 충남 82.6%로 거의 모든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수강 강좌수는 대전 3.4개, 충남은 3.3개였다. 학생 1인당 수강료 부담액은 대전 2만8629원, 충남은 2만5467원이다.
유기홍 의원은 “교과과정·입시 중심의 방과후학교 운영과 민간위탁업체의 고액 수업을 제제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이제는 방과후학교 사업의 양적 성장보다 내실을 다질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