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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반값등록금과 대학교육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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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3.10.07 17:5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이 원 묵 한밭대학교 총장

“고급인력이 유일한 자원인 나라에서 교육은 가장 중요하다 장학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지방대학 발전을 위한 정부의 획기적 지원정책이 절실하다”

대학교육의 균등한 기회제공이라는 공공성과 질 높은 교육의 수월성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로 존재한다. 필자는 20년 전 미국에 머무는 동안 아리조나주 그랜드캐년 근처에 아파치계 인디언들이 살고 있는 인디언 보호구역을 방문한 적이 있다.

보호구역 정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가 인디언을 위한 교육비 전액지원 정책이었다. 인디언들을 잘 교육시켜 미국시민으로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 정책이다.

정책의 취지는 좋았으나 대부분 인디언들은 교육에 대하여 오히려 흥미를 잃게 되고 마약과 알콜중독 등으로 보호구역 전체가 피폐화 되어가는 모습을 목격하였다. 감기환자 치료를 위해 열이 나면 해열제만 투여하는 방식으로 증상에 따라 치료하는 대증요법이 병을 낫게 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 반값등록금 정책이 바로 장학정책이라기 보다는 전형적 대증요법의 복지정책 수준이 아닌가 생각된다. 왜냐하면 학생들에게 소득 분위에 따라 개별적으로 국가가 직접 장학금을 지원해 주는 일종의 보편적 복지 성격의 등록금 경감정책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대증요법 방식의 지원정책은 인디언 교육정책처럼 장학효과는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무기력한 생활태도의 부작용만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의 반값등록금정책은 개선되어야만 한다.

이 정책은 전 정부의 정치공약으로 시작되었으며, 교육의 수도권 집중, 청년실업문제, 지방과 서울의 경제적 차이, 국민의 빈부격차 심화 등 경제·사회적 불균형에서 비롯된 젊은이들의 불만이 엉뚱하게도 비싼 대학 등록금이 문제의 원죄로 지목되어 졸지에 대학이 표적이 되었고, 이후 대학은 등록금 인하 등 많은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다. 지난번 대통령선거에서도 역시 후보 모두 즉시 반값등록금제도를 시행한다고 공약했다.

내년도 교육부 전체예산 54조 3661억원 중 대학예산은 15.5%의 매우 낮은 비율이며 그나마 장학금을 빼고 나면 9.7%에 지나지 않는다.

어쨌든 복지예산 100조원에 비하면 그 액수가 작아 보일지는 모르지만 대학에 지원되는 전체 예산 8조 4556억원 중에 장학금 예산이 3조 1850억원이며 이는 작년보다 14.8% 증가한 규모이다. 3년 전 만해도 불과 몇 천억이었던 장학예산이 그 사이 10배 정도 늘어난 것은 이 정책의 덕이다.

이처럼 정치권은 교육의 공공성에 관련된 보편적 학비지원은 적극적이지만 정작 국가미래를 위해 질 높은 교육을 통한 수월성을 갖춘 인재육성에 대해서는 관심 밖이다.

특히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추세에서 지방학생들의 서울 유학비 부담은 가중되고 있고 지방대학과의 교육 연구 환경의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물론 교육의 공공성을 기초로 사회갈등을 치유하기 위해서 장학지원 사업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가미래를 위해 질 높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즉 교육의 공공성과 수월성의 균형적 발전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현행의 반값등록금 정책에 대한 몇 가지 개선책을 제안해 본다.

첫째 지금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획일적으로 배분하는 국가장학금 1유형을 폐지하고, 대학생을 둔 가정에 복지비로 지급해야 한다.

둘째로 성적과 소득을 고려한 장학금은 지방대학에 보다 많은 예산을 지원하여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지역학생들이 그 지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도권과 지방이 균형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로 정부가 직접 지급하는 지금의 국가장학금 지원방식을 바꾸어 해당 대학의 여건과 환경에 맞게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장학생을 선정·지급하도록 하여 장학효과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 학령인구는 급감하고 젊은이들의 학습의욕 또한 급감하고 있다. 2018년도엔 지방대학의 절반이 문을 닫아야 한다고 한다.

고급인력이 유일한 자원인 우리나라에서 교육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교육의 공공성과 수월성을 모두 갖추기 위해 지금의 장학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지방대학 발전을 위한 정부의 획기적 지원정책이 절실하다.

찰스 디킨슨의 ‘두 도시의 이야기’ 중 “지금은 최고의 시간이면서 최악의 시간이고, 지혜의 시대이면서 어리석음의 시대이다” 라는 마지막 구절이 생각난다. 정부의 탁월한 선택이 국가의 원대한 미래를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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