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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장 떼고 붙어보자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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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08.03.03 18:26
  • 기자명 By. 충청신문/ 기자
오래된 이야기다. ‘계급장 떼고 한 번 붙어보자’라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었다. 오죽 계급에 주눅이 들었으면 그런 말이 나왔을까? 지금의 사회구조도 계급장 떼고 붙고 싶을 정도로 계급화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근저에 대학, 서열화, 사교육, 이런 화두들이 유령처럼 떠돈다. 지난 2월 25일 ‘우리나라 사교육비 20조원 공교육 예산 추월’이라는 제목과 함께 사교육의 원인을 조사한 모 신문의 기사를 보며 엉뚱하게도 이 말이 떠올랐다.

- 3정승 6판서의 대학 서열
학부모와 학생이 꼽은 사교육의 원인으로 1위가 기업 채용시 학벌 중시를 들었다. 2위 역시 대학의 서열구조라고 하니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이른바 서울이라는 도성 안에는 SKY가 삼정승처럼 버티고 있고 그 아래 육판서 대학들이 있고 다시 삼국을 비롯한 하위급들이 몰려있는 형국이다. 지방대학들은 또 자체내의 서열로 서로 치고받는다. 밀림의 법칙이 대학을 한 줄로 늘어놓고 있다. 로스쿨에 대학들이 사력을 다하는 것도 서열화의 결정판이 될 수도 있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다.

문제는 대학을 재는 잣대가 하나밖에 없다는 데 있다. 한 번 적을 둔 학생은 그 대학에 준하는 대접을 받는다. 아니라고 버텨도 사회가 인정하지 않는다. 신분을 재는 바로미터가 학적이다.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 없다’는 말처럼 학적은 평생을 따라다닌다. 입사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일류대학을 목표로 한 아귀다툼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사교육의 남상이 여기에 있다.

역대의 정부들은 사교육비를 잡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출발했다. 새 정부의 사교육비 절감 공약도 곧이곧대로 들을 사람은 없어 보인다. 영어교육의 강화 정책이 유아부터 영어를 시키려는 과열 조짐으로 벌써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학생 1인당 22만 2천원, 전국 가구의 월평균 지출의 10%에 해당한다. 두 자녀를 두었다면 20%를 사교육으로 지출하는 셈이다. 평균 참여율은 77%로 초등학생이 88.8%로 가장 높았다. 어린 아이부터 들들 볶고 있는 것이다.

- 사회양극화를 주도하는 사교육비
사교육이 사회 양극화를 세습화시키는 주범이라는 점도 문제이다. 최상층은 사교육에 최하층의 9배나 더 쓴다. 그만큼 사회적 신분상승에 유리한 패를 들고 시작한 셈이다. 과거 개천에서 용났다는 인재들이 꽤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학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그대로 자식들에게 전수되는 것이 일반화 되고 있다. 새로운 신분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다섯 살 아들이 유치원에서 오더니 엄마 나 민사고반이래요 했단다. 지금은 유치원도 민사고반, 과학고반, 외고반...이런 식으로 나누기도 한다고 인터뷰하는 젊은 엄마의 황당한 표정을 화면에서 보았다. 이러면 안되는 것을 알면서 끌려다니는 것이 대한민국의 부모이다. IMF를 겪었던 부모들에게 취업문제는 공포심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내 자식을 마이너리그로 떨어지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사교육에 없는 돈까지 투자하면 일류대학에 간다면 나부터라도 올인하겠다. 그러나 몇 %나 거기에 도달하겠는가? 게다고 모조리 거기를 향해 달리고 있으니 결과적으로 학원만 배부르게 하는 꼴이다. 뛰자니 뱁새 가랑이 찢어지는 꼴이고 모두들 황새로 보이니 불안하여 이리도 저리도 못하는 것이 딱한 현실이다. 나도 한 때 뱁새였다. 해결책은 없는가? 아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해결책이 있다.

해결책은 누구나 알고 있다 사교육비를 줄이는 방안으로 전문가들이 내놓는 정책들을 보면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다. 공교육 강화만으로 사교육비를 잡겠다? 대학의 서열화가 사회구조를 만드는 현실에서 가능하겠는가? 아마추어인 학부모만도 못하다.

학부모의 80% 가량이 ‘능력 중심의 기업인력 채용 확산’을 해결책으로 선택했다. 대학을 따지지 말라는 거다. 이게 정답이다. 쉬운 길을 어렵게 가지 말자.

알렉산더 대왕은 얽혀있는 실타래를 단칼로 잘라 해결했고 그는 역사의 영웅이 되었다.

우진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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