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충청포럼] 주민자치 시대, ‘뉴 거버넌스(NPG)의 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4.03.03 18:59
  • 기자명 By. 충청신문
▲ 홍 만 표 日 메이지大 시민거버넌스연구추진원 지역정책학박사

20세기는 야만의 시대였다.

서방 선진국은 급속한 현대화에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어 왔으나 전 지구가 공멸할 정도로 첨예하게 대립하며 냉전체제를 구축했다. 이념에 따라 국가들을 자유와 공산 진영의 양자 틀로 갈라섰다.

이분법적 세계관은 국제관계뿐만 아니라 국내 상황까지 영향을 미쳤다. 양 진영의 맹렬한 대립은 국가안전을 최고의 지상명제로 만들어 버렸다.

국가안보는 위정자와 국민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공동체적 가치가 되었고, 이를 위협하는 일체의 행위도 허용되지 않았다.

자유로운 시민사회를 기반으로 성립하는 민주주의 국가에 이 같은 현상은 치명적인 아픔이었다. 적과 나의 구분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견고한 이분법적 세계관은 저마다의 기질과 사상을 가진 시민사회의 미덕을 불순한 것으로 왜곡했다.

자유로운 삶의 양식들은 국가 안보 앞에는 힘없이 무너지는 덧없는 것이었다. 비민주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통치자들일수록 더욱 강하게 안보를 강조했다.

위정자들은 국가의 의지대로 전 국민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적의 군화에 우리의 땅을 내어줘야 한다는 불안감을 확대했다. 이 불안감은 또다시 국가의 폭력적 통치를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작용했다. 불안감과 폭력적 통치가 서로 거래하는 관계 속에 시민의 다양성은 억압됐다.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는 비극의 순간들이었다.

다행히도 소련연방이 경쟁에서 낙오되며 영원히 무너질 것 같지 않던 견고한 양극체제가 철폐됐다. 서방 국가들은 자유주의의 승리에 도취하며 ‘역사의 종말’을 예견하는 등 장밋빛 미래를 기대했다. 하지만 시민의 자유는 여전히 바람 앞 촛불처럼 흔들렸으며 전 지구적 비극은 다른 형태로 드러났다.

구소련의 붕괴로 힘의 공백이 생긴 중동과 동유럽에서는 민족 간의 대립이 격화됐고 각지에서 권력 쟁취를 위한 처참한 전쟁이 반복됐다.

종교를 대립 축으로 한 이념 갈등도 분출되며 전 세계가 테러 위협에 노출됐다. 소련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미국도 테러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 2001년 9월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테러당하는 전대미문의 상황까지 발생했다.

공산진영의 붕괴가 자유민주주의의 번영으로 이어질 것이란 예측은 완벽히 빗나갔다. 냉전이라는 위치에 민족과 종교 등 그동안 눌려 있던 또 다른 이름의 폭력들이 올라섰을 뿐이었다.

경제적으로도 혼란이 가중됐다. 정부가 시장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는 고전적 믿음은 진즉 박살났다. 게다가 세계시장에 금융 규제가 대폭 완화되며 한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위기들이 밀려 왔다.

지난 2008년 9월의 리먼 쇼크를 비롯해 유럽 소버린리스크 (sovereign risk) 등은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은 더 커졌다.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다.

최근 거버넌스(governance)에 대한 요구가 강렬해지고 있다. 거버넌스는 큰 권력들과 작은 시민사회의 삶을 보다 조화롭게 만들자는 노력이다. 세계적 불확실성으로부터 시민의 삶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제도적 접근인 동시에 국가 권력에 대한 시민사회의 지배력을 높이자는 의미다.

정부에게 거버넌스는 과거 권위주의적 행정 관습을 타파하고 효율과 능력을 높이기 위한 기회이다.

앞으로의 거버넌스는 정부의 책임(accountability)뿐만 아니라 참여하는 주민을 비롯한 이해 관계자도 의견에 대해 책임 있는 의식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정부의 낭비를 검증하기 위한 행정평가가 이루어져 왔지만, 결과에 대한 평가이며, 평가하는 사람들도 책임지지 않고 하고 싶은 말만 무성의하게 성토할 뿐이었다.

본래,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주민은 주민참여예산제도 등을 통해 충분한 토의를 거듭하는 것으로 책임을 지는 동시에 그 결정에 관련하는 것이다.

또한 거기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선정은 특정 사람들에 치우치지 않게 무작위 추출 등의 과학적 방법을 도입할 필요도 있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이러한 거버넌스를 구축함으로써 모두의 복지 향상에 접근하는 정책을 모색할 수 있다고 본다.

실로,좋은 거버넌스가 절실한 시대다. 정부와 시민이 함께 지혜와 힘을 모으고 나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야만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