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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마치 그림처럼…‘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

올해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수상작… 유럽에 대한 찬사로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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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3.03 19:23
  • 기자명 By. 충청신문

웨스 앤더슨 감독을 현존하는 미국 영화감독 가운데 가장 ‘스타일리시’하게 원색을 사용하는, 미술에 능통한 감독 중 한 명이라고 말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바틀 로켓’(1996)을 시작으로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1998), ‘로얄 테넌바움’(2001), ‘다즐링 주식회사’(2007), ‘문라이즈 킹덤’(2012)까지 그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화려한 색감과 탁월한 미장센(화면구성)에 압도되곤 한다. 심지어 ‘판타스틱 Mr. 폭스’(2009) 같은 애니메이션에서조차 그의 장기는 빛을 발한다.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앤더슨 감독의 이 같은 장점이 응축된 수작이라 할 만하다.

감독은 마치 100호짜리 그림을 스크린으로 보여주겠다고 작심한 듯하다. 영화는 2.35대 1이 아니라 거의 1대1의 스크린 비율로 화면을 조정하고 나서야 비로소 시작한다. 관객들은 그저 바로크부터 아르누보까지 이어지는 미술 작품의 나열을 감상하기만 하면 된다.

1927년 대부호 마담 D(틸다 스윈턴)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다녀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마담 D의 아들 드미트리(애드리언 브로디)는 어머니의 연인이었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지배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즈)를 살인자로 지목하고, 경찰은 구스타브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다.

마담 D로부터 명화(名畵) ‘사과를 든 소년’을 받기로 했던 구스타브는 졸지에 살인자로 몰리자 자신의 제자 제로(토니 레볼로리)와 함께 그림을 훔쳐 달아나기로 결심한다.

영화는 유럽에 대한 찬사로 가득하다.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1881~1943)의 작품을 읽고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힌 앤더슨 감독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사용했던 전작들에 비해 바로크풍의 음악만을 고집하고, 클림트 등 유럽 작가들의 그림을 곳곳에 배치한다. ‘마담 D’ 같은 캐릭터는 아예 멜로드라마의 거장 막스 오퓔스(1902~1957·독일) 감독의 동명 영화에서 따온 듯하다.(오퓔스는 츠바이크의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 ‘미지의 여인에게서 온 편지’를 연출하기도 했다.)

유럽에 대한 헌사로 채워진 이 영화는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보기 어려운 탁월한 이미지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산 위에 세워진 그랜드 부다페스트의 화려한 외경과 실내 장식, 압도적인 흰 설원의 풍광, 까마득한 낭떠러지 등 다양한 볼거리가 준비돼 있다.

그렇다고 영화가 예쁘기만 한 건 아니다. 드미트리와 그의 수하 조플링(월렘 대포)이 벌이는 잔인한 살인 행각은 미스터리한 누아르 느낌을 자아내고, 헨켈스(에드워드 노튼)가 이끄는 독일의 검열은 파시즘이 창궐한 유럽의 암울한 미래를 암시하기도 한다.

캐스팅은 그야말로 화려하다. 빌 머레이·오웬 윌슨·제이슨 슈왈츠먼·에드워드 노튼·애드리언 브로디 등 이른바 웨스 앤더슨 사단뿐 아니라 레아 세이두·마티유 아말릭· 하비 카이틀이 단역도 마다하지 않고 출연했다. 가뜩이나 화려한 영화에 이들 출연진이 화려함을 더한다.

다만, 영화의 분위기는 다소 차가운 편이다. 카메라는 등장인물의 마음속으로 어느 정도 이상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세밀하고 정교하고 예쁘고 화려하지만, 그런 화려함 속에 공허한 공기가 감지되는 이유다. 어쩌면 그 무심함과 차가움이 이 영화를 더욱 빛나게 할지도 모르겠다.

3월 20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00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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