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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이야기] 봄이 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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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3.11 17:27
  • 기자명 By. 충청신문

바야흐로 봄입니다. 꽃은 아직 흐드러지지 않았어도 복수초 등은 벌써 얼음을 깨고 나왔습니다.

엊그제 그리 폭설이 내렸건만 거짓말처럼 녹아버리고 절기는 다시 봄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다짜고짜 상륙한 백설의 군단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던 세상도 U턴하는 중이었지요.

사람들은 벌써 달래를 캐서 무치고 냉이국도 끓여 먹었다는데 날씨는 계속 어수선합니다.

아침나절 우연히 봄꽃 사진을 감상했는데 그 중 하얗게 눈뜬 버들개지가 눈을 끌었습니다. 활짝 웃으면서도 춥다고 눈물을 글썽이는 게 얼음 풀린 냇가의 풍경과 어울려 얼마나 앙증맞은지 몰랐습니다.

이름조차 귀여운 버들강아지였건만 젖비린내는커녕 춘설도 아랑곳하지 않는 게 자못 인상적이었고 그런 의지라면 여하한 날씨도 극복해 나갈 것 같았습니다.

봄꽃은 대부분 독종이라 할 대단한 녀석들입니다. 우리는 입춘이 되어도 이월에 장독 터진다면서 두꺼운 옷을 입고 지내건만 벚꽃과 매화 살구꽃 등은 잎도 없이 앙상한 가지에서 피어납니다.

그걸 보고 죽은 땅에서 싹 틔우는 저력을 느끼곤 했는데 얼음 속에서 피기도 한다니 봄꽃의 기세는 과연 굉장합니다.

일례로 히말라야의 노드바는 우리 올라가지도 못할, 해발 8천m의 얼음골에서 피는데 그걸 보면 힘들다는 투정이 얼마나 부질없는가를 깨우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복수초도 얼음구덩이에서 피고 노드바처럼 강한 게 특징이며 그 뚝심만으로도 심장병과 복수가 찰 때 특별하다는 약효를 능히 드러낼 것 같군요. 그러다 보니 겨울을 물리치고 피는 봄꽃의 상징이 될 수 있었고 여타 꽃들은 결국 이들이 일군 터전에서 마음 놓고 피는 게 아닐까요.

이들의 색다른 특징이라면 단순한 꽃잎입니다. 흔히 보는 꽃보다 소담하지도 선명하지도 않지만 악조건을 딛고 피는 의지는 더할 수 없는 감동이었죠.

잎도 없이 피는 꽃도 강하지만 훨씬 강한 복수초 등의 어기찬 의지가 겨우내 잠들어 있던 땅을 깨우는 초석이었다고 생각하면 옷깃이 절로 여미어집니다.

그게 이들 꽃의 강점이나 유감이라면 실제 피는 양상을 보기 어렵다는 그 점입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우정 찾아다니는 작가가 아니면 얼음을 깨고 나오는 희귀성 때문에 대부분 봄맞이 프로그램의 프로필 사진으로 보는 게 고작입니다.

특별히 노루귀꽃의 보송보송한 털은 외투를 걸친 듯 어기찬 모습이고 따스하면서도 춘설 날리는 특징 때문이라면 보기보다 녹록치 않은 삶 역시 그렇게 나가야겠지요.

가끔 이들 꽃이야말로 봄 이미지 그대로였다고 본 게 며칠 푹했던 날씨가 딴에는 걸렸던 것입니다. 말은 봄꽃이라 하되 겨울바람이 오히려 춥다고 옹송거리는 초봄에 얼음 속 눈구덩이 속에서 꽃대를 내밀던 정경에 익숙해서 그런지 따습기만 한 봄은 어쩐지 불안합니다.

앞으로 수많은 꽃이 다투어 피겠지만 이대로 봄이 되면 뭔가 미진한 것 같고 우리 삶 역시 그 속내를 닮은 게 우연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죠.

게다가 해프닝은 버들개지와 복수초 등의 사진이 귀하다는 겁니다. 잠깐 새 피고 지는 건 물론 눈구덩이 얼음 속이라 찍는 것까지 여의치 않았겠지만 그래서 더 소중한 것도 버리기 힘든 소망이었죠.

꽃 피고 새 우는 봄도 절반은 바람과 춘설이되 그런 날씨가 1년의 마중물이 되면서 그걸 효시로 온갖 꽃 만발하고 새 우짖는 전형적인 봄 풍경이 펼쳐지잖습니까.

약골이라 강인한 꽃을 좋아하는 성 싶지만 그래서 굳은 의지를 다질 수 있다고 봅니다. 꽃은 아름다운 게 우선이나 어떤 상황에서도 필 수 있는 의지로 돋보입니다.

거름이 풍족할 때는 피지 않던 蘭이 살얼음 잡히는 밖에서라야 비로소 핀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 찬바람에도 꿋꿋한 기질이 삶의 노정을 답파하는 지표가 된다면 우리에게도 얼음과 찬바람에 버금갈 시련은 있을 테고 헤쳐 갈 동안 의지는 더욱 굳건해지겠지요.

아직도 날씨는 불안정합니다. 여전히 지분거리고 춥겠지만 이때쯤이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변화에도 제법 익숙해진 터입니다.

언제 또 예기치 않은 날씨에 꽃이 상하고 새싹이 다칠지 모르나 우리 겨울에도 봄은 멀지 않다는 소망을 품어오지 않았습니까.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우리 삶의 장벽 또한 그렇게 헤쳐 나가야겠죠. 봄은 어쨌든 찾아오는 것이니까요.

이 정 희 시인·둥그레 시 동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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