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기자수첩] 공주대, 교수 성희롱 사건을 보는 시각

여대생에겐 파렴치, 교권엔 당당한 교수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력 : 2014.03.16 18:44
  • 기자명 By. 정영순 기자
▲ 정영순 공주주재 부장

얼마 전 인도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해 신고를 한 소녀가 조사 과정에서 경찰로부터 합의를 종용받으며 도리어 가해자 한 명과 결혼해서 같이 살라는 강요를 받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해 국제적으로 이슈가 된 바 있다.

여성에겐 도저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 것만 해도 끔찍한데 같이 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공주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공주대 교수 성희롱 사건이다.

대학 내부에서 학생들로부터 집단 성희롱 문제제기를 당한 교수가 겨우 벌금의 약식기소에 3개월 정직을 받았다.

더 큰 문제는 정직이 끝나자마자 바로 다음 학기에 강의를 개설 받음으로 인해 피해를 당한 학생들은 그 악몽이 사라지기도 전에 그 교수와 같은 자리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같은 수업을 듣고, 심지어 그 교수로부터 학점을 평가받아야 할 사정까지 이르렀다니 무시무시하다.

자신의 제자가 사랑의 대상인지 욕구의 대상인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교수 자체도 엄청난 문제지만, 도리어 그런 교수를 감싸고 3개월이면 충분하다, 더 이상의 징계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태도를 보이며 피해학생들을 보호하기는커녕 해당 교수에 대한 교수권만 앞세우는 등 사태파악을 하지 못했다가 결국 전국적인 문제로까지 키운 대학당국의 처사는 더 어이없기만 하다.

학령인구 감소로 전국의 모든 대학들이 구조조정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멀리가지 않아 공주대도 몇 해 전 교과부의 국립대학평가에서 하위권에 머물며 퇴출대학에 선정될 뻔했었다.

미안한 얘기지만 이젠 학교가 있어야 학생이 있는 게 아니라 학생이 있어야 학교가 있다는 말이다. 여전히 대학들은 신입생을 유치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고 막상 들어오면 교수가 슈퍼 갑, 학생은 형편없는 을을 만들어버리니 기가 찬다.

세상은 변했지만, 그들만이 사는 세상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총장부터 처장, 학과장들까지 이미 교수들이 다 자리하고 있는 대학의 고위층은 동료들 살리기에만 급급해 사건을 어물쩍 넘겨버리려 하고, 학생들은 더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봤음에도 ‘두려워서’, 혹은 ‘학점 등의 불이익을 받을까봐’ 이야기조차 꺼내지 못했다.

교수도 학생이 있을 때나 교수다.

그들이 떠나면 더 이상 교수가 아닌 백수라는 사실을 머릿속에 새겨둬야 할 것이다.

공주/정영순기자 7000soon@dailycc.net

저작권자 © 충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충청신문기사 더보기

하단영역

매체정보

  • 대전광역시 중구 동서대로 1337(용두동, 서현빌딩 7층)
  • 대표전화 : 042) 252-0100
  • 팩스 : 042) 533-7473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황천규
  • 법인명 : 충청신문
  • 제호 : 충청신문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6
  • 등록일 : 2005-08-23
  • 발행·편집인 : 이경주
  • 사장 : 김충헌
  • 「열린보도원칙」충청신문은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 노경래 (042-255-2580 / nogol69@dailycc.net)
  • Copyright © 2024 충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ilycc@dailycc.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