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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하선] ‘천재의 병’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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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3.23 17:39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KBS 주말드라마 ‘정도전’을 보면, 고려 말의 권력자인 이인암(박영규 분)이 ‘노채’라는 병에 걸려 기침과 각혈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노채 노점 하로 노수 등으로 불렸고 한 집안이 멸절되는 큰 재앙을 일으키는 악성질환, 바로 결핵이다. 기원전 7000년께 석기시대 사람화석에서도 흔적이 발견됐으니 결핵은 인류의 기원과 함께 한 질병으로 꼽힌다. 역사상 인간의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질병이요, 정체를 알 수 없어 인도 아리아베다교 경전은 ‘모든 질병의 왕’이라 했다.

▷서양 철학사에 빛나는 지성인 데카르트와 칸트, 스피노자가 결핵으로 숨졌다. 대문호인 도스토예프스키와 발자크도 마찬가지다. 피아노의 천재 쇼팽도, 바이올린의 파가니니도 그랬다. ‘천재의 병’이라 하는 까닭을 알 만하다. 프랑스 여성작가 조르주 상드는 ‘낭만적 질병’으로 여겼다. 결핵으로 죽어가던 연인 쇼팽을 돌보면서 친구들에게 “쇼팽이 영원한 은총으로 기침을 해댄다”고 편지를 쓰곤 했다. 쇼팽의 음악적 영감의 원천이 결핵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던 거다.

▷우리나라에서도 ‘봄봄’의 작가 김유정, ‘날개’를 쓴 시인 이상, ‘탁류’의 채만식이 결핵으로 요절했다. 결핵의 원인이 세균이라는 걸 알아낸 것은 1882년이었다. 독일의 의사 로버트 코흐는 결핵의 원인을 현미경으로 찾아내기 위해 시료를 염색을 하려 했으나 도무지 진전이 없었다. 어느 날 시료를 난로 옆에 둔 채 졸다가 깨서 현미경을 들여다보니 결핵균이 보이는 게 아닌가. 난로의 열에 염색이 됐던 거다. 결핵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이 우연한 행운이 열어줬다.

▷이 날이 3월 24일. 세계보건기구(WHO)가 1982년 결핵균 발견 100년을 기념해 세계 결핵의 날을 지정했으니 오늘이다. KAIST에서 최근 1년 사이 결핵 환자가 급증해 학교가 때 아닌 ‘결핵 공포’에 빠져들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말까지 1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3개월 사이 7명이 더 늘어났다. ‘천재의 병’이 부활하는 것인가. 좋은 치료약이 많이 나와 치료성공률이 100%에 이르고 재발률도 2~3%로 아주 낮다. 관건은 관심이고 스스로 몸을 지키는 노력일 터다.

안순택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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