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에 파묻힌 요즘이다. 조금 쌀쌀하지만 햇살엔 꽃향기가 어리고 꽃놀이 나온 사람 얼굴에도 꽃잎이 물결친다. 봄은 눈으로, 코로만 드는 게 아니라 입으로도 든다.
봄나물로 ‘봄맛’을 봐야 봄. 우리나라는 나물 천국이다. 노래에도 나오는 달래 냉이 씀바귀에 쑥 머위 민들레 기름나물 물레나물 별꽃 원추리 제비꽃 질경이 참당귀 고사리 취나물 다래나물 두릅 우산나물 삿갓나물 등등 지천이다. 뿐이랴. 취나물만 해도 곰취 분취 참취 수리취 울릉도미역취 등 5종이나 된다.
▷봄나물 치고 약(藥)이 아닌 게 없다. 냉이만 해도 동의보감에서 ‘제채(薺菜)’라 부르는 약재다. 오장육부를 조화롭게 하고, 간 기능을 강화해 봄철 나른함을 없애준다.
달래도 한방에선 소산(小蒜)이다. 비장과 신장 기능을 강화시켜주며 비타민C가 풍부해 감기와 빈혈예방에 도움을 준다. 요즘 염분 섭취를 줄이자는 소리가 높은데 달래엔 칼륨이 많아 불필요한 나트륨을 배출해준다. 단군신화에도 나오는 쑥 좋은 거야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랴. 황사 해독에 으뜸이다.
▷한방에서 목두채(木頭菜)라 부르는 두릅은 위에 특히 좋고 당뇨병에도 효과가 있다. 공부에 시달리는 수험생에게 딱 좋다. 씀바귀는 정신을 맑게 해주고 기침에 효과가 있다.
팔 다리가 마르고 허약한 아이들에겐 약이 된다. 따뜻한 성질을 가진 취나물은 근육이나 관절이 아플 때, 목소리가 갈라지거나 목이 아플 때 좋다. 민들레는 피를 맑게 해주며 열독을 풀어 종기나 멍울을 낫게 하는 효과가 있고 남성 스태미너에도 좋다고. 봄엔 역시 봄나물이 최고의 보약이다.
▷초봄에 나는 풀은 어느 풀이나 먹어도 약이 된다 해서 ‘백초차(百草茶)’라 한다. 공해와 농약으로부터 해방된 청정지역 ‘웰빙식품’이니 관심을 갖는 건 좋은데, 너무 심해서 탈이다.
이맘때면 울긋불긋, 꽃이 아니라 나물 캐는 등산객들로 국립공원은 물론 도시 인근 산들이 몸살을 앓는다. 나물 뜯는 요령을 모르니 쑥대밭 만들기 일쑤다. 싹쓸이 불법 채취는 자칫 생태계를 위협하는 짓이어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 이러다 봄나물도 사진으로나 보게 되는 건 아닌지 두렵다.
안순택 <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