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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여는 詩]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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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4.09 18:15
  • 기자명 By. 충청신문

매직

 

 

머리가 공중으로 붕붕 떠오른다

땅바닥에 발을 붙이고 서 있을 수가 없다

몸이 빠르게 보자기 속으로 사라진다

빗으로 머리를 쓸어내린다

부리부터 마술약이 골고루 발라진다

소행성들을 거느린 우주 하나가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돌아간다

두통을 유발하던 운석덩어리가

행성에서 뿜어내는 열기에 녹아내린다

구불구불 자라난 잡념들이

무중력 상태로 우주 공간을 둥둥 떠다닌다

시술이 끝났습니다

물렁물렁해진 머리가 대기권 안으로 진입한다

마술사가 조물조물 머리 반죽을 시작한다

지상에 맞춰 살기 좋게 모양틀을 짜 맞추고

구부러진 부분들을 곧게 펴 놓는다

무중력 상태로 띄워 올린 허공을

뜨거운 열판으로 한 번 더 녹여낸다

삐죽삐쭉 돌출된 생각들을 깔끔하게 잘라낸다

보자기 속에서 뒤바뀐 머리가

낯선 얼굴을 달고 거울 밖으로 튕겨 나온다

 

조용숙 시인

 

- 1971년 충남 부여 출생

- 2006년 ‘시로여는 세상’으로 등단

- 시집 ‘모서리를 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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