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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 여섯개에 담긴 ‘추모객들 메시지’

추후 국가기록원·추모관 등에 보관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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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5.07 19:01
  • 기자명 By. 충청신문

“형, 누나. 좋은 곳으로 가”, “하늘에서는 부디 편안하길…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세월호 침몰사고 22일째인 7일 안산시청 대강당.

‘기록보관함’이라고 쓰인 상자 여섯개가 자원봉사자 200여명의 손에 의해 하나씩 조심스레 뜯기기 시작했다.

그동안 추모객들이 임시·공식 합동분향소 앞에 적어놓고 간 눈물의 메시지들이 국가기록원 혹은 추모관에 보관되기 위해 지난 2일 밤 옮겨진 것이다.

가로40㎝ 세로30㎝ 높이25㎝ 크기 상자 안에는 전국 각지 추모객들이 접착식 메모지에 쓴 메시지들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어른인게 부끄럽다”는 자조섞인 글에서부터 “많이 추웠지. 좋은 곳에서 고통없이 행복하길” 등 세상을 떠난 이들의 복을 비는 글까지 색색깔의 메모쪽지 만큼이나 다양했다.

가장 많이 적힌 글은 “미안하다”, “죄송합니다”라는 회한의 메시지였다.

추모객들은 “어른이 미안하다”라거나 “너희들을 아무것도 돕지 못했다”라며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해 자책감을 느끼는 듯 많은 글들을 써붙여뒀다.

글 대신 그린 근조리본 그림, 혹은 어린 아이들이 낙서처럼 무언가를 그려놓은 그림들도 상자 여섯개 안에는 정성스레 담겨있었다.

접착식 메모지도 부족했던지 아예 A4용지 한 장을 통째로 뜯어 희생자들에게 기다란 편지글을 써내려간 이들도 몇몇 있었다.

‘서울에 사는 한 학생’이라고 한 추모객은 “수학여행을 떠났을 뿐 아무런 잘못도 없는 너희들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 벌어진게 아닌가 싶어 가슴이 아파”라고 말했다.

또 다른 추모객은 편지글에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어른으로써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추모객들의 이 같은 메시지는 7일 현재도 공식 합동분향소 출구 옆에 끝없이 게시되며 추모글 게시판을 채우고 있다.

안산시청은 비가 내리거나 추모글이 부착된 지 오래될 경우 훼손될 것을 우려, 이따금씩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추모 메모지들만 상자에 따로 담아 시청 대강당에서 보관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임시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지난달 24일부터 공식합동분향소에서 지난 2일 밤까지 부착된 메시지들만이 전량 수거돼 대강당 안 여섯개 상자에 모아졌다.

메시지 한 개 크기가 성인 남성 손바닥 한 개 크기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섯개 상자 안에 담긴 메시지 개수는 임시·공식합동분향소 누적 방문객 숫자(10시 기준 43만7000여명)인 40만개 이상일 것으로 보이고 있다.

추모객들은 메시지뿐 아니라 노란색 근조리본에도 펜으로 이것저것 글귀를 적어 공식합동분향소 인근 곳곳에 묶어뒀지만 시청측은 리본들까지 수거, 보관하지는 않고 있다.

시청 총무과 기록물계 측은 “국가기록원에서 요청을 해 와 추모메시지들을 따로 보관하고 있다”며 “보관된 메시지들은 국가기록원 혹은 차후(추모관이 설립될 경우) 추모관에 모셔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보관 작업에는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해 송호고, 신길고 등 인근학교 학생들, 초지동사무소 관계자 등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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