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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국가개조론’을 말하다

“먼저 대통령 자신부터 반성하고 정부와 관료, 특히 검찰, 국정원, 경찰과 군을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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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5.12 19:05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송 용 길 대전김대중기념사업회 운영위원장

세월호 참사로 수백 명의 승객이 순식간에 사망하고 실종되었다.

정부는 한 달이 다 되도록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침몰 후 단 한 명의 생명도 구조하지 못했다. 이 기가 막힌 현실 속에 튀어나온 대통령의 ‘국가개조론’.

주지하다시피 국가의 3요소는 ‘국민·주권·영토’다. 5년 단임제 대통령이 3요소 중 어떤 걸 ‘개조’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셋 다 개조하겠다는 것인지…. 또한 우리나라는 ‘3권분립’의 원칙 아래 국가권력이 작동하는 민주공화국이다.

즉 국가권력을 입법·행정·사법의 셋으로 나누어, 각각 별개의 기관에 분담시켜 상호간 견제·균형을 유지시킴으로써 국가권력의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고자 하는 통치 원리를 갖고 있는 나라이다. 그런데 행정부의 수장이 국가를 개조하겠다고? 입법부와 사법부도 초월자적 지위에서 개조를 하겠다고?

자, 다시 한 번 물어 보자. 과연 박근혜 대통령이 이 나라 대한민국을 개조할 자격이 있는가. 그럴 능력과 철학이 있고, 비전과 청사진이 있는가.

치열했던 대선 때도 일언반구 말이 없다가 이제 불쑥 나타난 ‘국가개조론’이 과연 얼마나 연구되고 숙성된 범국가적 프로젝트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저 다 인정하고 수긍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에게 시간이 있는가.

어설프기 짝이 없고, 어쭙잖기 짝이 없었던 이명박도 대선 때부터 ‘국토개조’를 들고 나왔었다. 당선 후 국민의 민생고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30조 가까운 돈을 쏟아 부으면서 4대강을 파헤쳐 국토를 유린하고 생태계를 파괴하였다.

그 결과 우리 국토가 얼마나 개조되었는지! MB 뒤를 이은 박 대통령의 입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창조경제론’, ‘통일대박론’, ‘규제철폐론’… 지금은 다 어디로 가고 이제 새롭게 ‘국가개조론’이란 말인가?

대단히 미안한 말이지만 국가개조는 단기적 한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5년 임기 중 벌써 1년 반이 지나고 있는 시점에 적절치 않은 의제 설정이란 얘기다. 대선 공약도 못 지키고 사과를 연발해야 하는 마당에 무슨 국가개조라는 거대담론이냔 말이다.

설마 시간이 필요하다는 구실로 장기집권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닐 터. 그러니 이 과제는 접고 세월호 참사부터 잘 수습하고 처리해야 한다. 그리하여 국민적 신뢰부터 회복할 일이다.

먼저 대통령 자신부터 반성하고 개혁을 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관료, 특히 검찰, 국정원, 경찰과 군을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 그러면 국가개조의 단초가 열리리라.

그러나 걱정이 앞선다.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직후 현장으로 달려간 건 좋았는데 함께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면서 국민과 함께 통곡하지 않았다.

가슴을 치며 진정성을 갖고 내 탓이요를 하지 않았다. 사과 한 마디를 하지 않았다. 그저 단상에서, 국무회의 석상에서 일방적인 지시로 훈계하는 지도자, 부하만 잘라내고 문책하는 지도자, 방향만 제시하고 제목만 내주는 지도자의 모습으로는 결코 성과가 안 날 것 같다.

박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국가를 보위하겠다는 선서(헌법 제 69조)를 했다. 이는 나라의 주인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것인데 세월호 참사를 보면 그 헌법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또한 재해예방과 국민보호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34조 제6항이 얼마나 공허한 문구인지도 여실히 드러났다. 성경에 보면 남의 눈에 있는 티끌보다도 먼저 제 눈의 들보를 보라는 말씀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자신과 정부의 속살을 감추지 말고 직시해야 한다. 좀더 겸손해야 한다.

과거의 적폐 운운 자체가 책임회피요, 교만이다. 이명박 정권 5년 내내 들어왔던 전임 정권 탓 타령과 똑 같은 말이다.

이러한 마당에 국가개조를 들고 나오는 것은 책임소재를 흐리고 남 탓으로 돌리는 국면전환용 꼼수에 불과한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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