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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충청도는 어떤 곳인가

“‘나라를 위한’ 충(忠)과 ‘맑고 깨끗한 기풍’의 청(淸)을 우리는 항시 기억하고 명심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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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6.09 18:31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송 용 길 대전김대중기념사업회 운영위원장

왕조에 쿠데타가 일어났다. 지금으로부터 아득히 먼 1455년 수양대군이 어린 조카인 단종의 왕위를 무력으로 빼앗고 정권을 장악한 정변이 일어났다.

지금의 대전광역시 동구 가양동에서 태어난 박팽년 선생은 이 불의한 사건에 대해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는 울분을 참지 못하고 경회루(慶會樓) 연못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하였으나 충남 홍성 출신 성삼문 선생이 후일을 도모하자며 만류하였다. 그들은 함께 단종 복위 운동을 펼쳤다. 결국 실패하여 너무나도 처참하게 멸문지화를 당하였다. 사육신의 핵심 멤버들이다.

나라에 전쟁이 일어났다. 1592년 4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하여 한양이 함락되고 임금은 피신한 채 전 국토가 유린되었다. 충남 아산의 이순신 장군은 노량해전에서 장렬한 최후를 마칠 때까지 그의 모든 것을 바쳐서 나라를 구하였다.

육지에서는 충북 옥천의 조 헌 선생이 문인 이우·김경백·전승업 등과 함께 의병 1600여 명을 모아, 영규 대사의 승군(僧軍)과 연대하여 청주성을 수복하였다. 그러나 중과부적으로 끝내 금산전투에서 모두 전사하였다.

나라가 망했다. 충남 홍성의 김좌진 장군은 15살(지금의 중학교 1학년)의 어린 나이에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노복 30여 명을 모아놓고, 종문서를 불살랐다.

그리고 그들에게 농사를 지어먹고 살 만한 논밭을 골고루 나누어 준 뒤 독립운동에 투신하였다. 1920년 청산리 대첩에서 일본군 3000명을 사살하는 등 온몸을 불살라 조국독립에 바쳤다.

동시에 단재 신채호 선생, 유관순 열사, 이동녕 선생, 유석 조병옥 박사, 유인석 선생, 3·1운동 당시 민족대표였던 만해 한용운 선생과 의암 손병희 선생 등등… 수없이 많은 애국열사, 독립운동가들이 충청도 출신이었다.

특히 아산의 수당 이남규 선생을 보자. 이 분은 구한말 충신이요, 대학자인 목은 이색 선생 후손으로 단재 신채호 선생의 스승이었다. 을사늑약 후 1907년 그의 자제와 함께 일경에 의해 손과 발이 잘리고 마침내 목까지 잘리는 참화를 당하면서도 일제에 굴복하지 않았다.

이 가문의 이승복 선생은 신간회의 핵심 인사로 종로경찰서 폭탄 투척 사건에 관여한 독립투사였고, 수당 선생의 증손자 이장원 중위는 6·25 한국전쟁 당시 입대, 참전하여 전장에서 순국하였다. 결국 수당 선생 가문의 4대가 모두 국립서울현충원에 나란히 안장되는 기록을 세웠다.

충청도는 그런 곳이다. 흔히 충청도란 말이 충주와 청주의 첫 글자를 조합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단순히 지명의 결합만으로는 충청도의 뜻을 설명할 수가 없다. ‘나라를 위한’ 충(忠)과 ‘맑고 깨끗한 기풍’의 청(淸)을 우리는 항시 기억하고 명심하자.

그래야 충청도의 정신과 기백이 민족정기를 이루고, 정의와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지역으로 자리매김 되는 것이다. 현충사와 칠백의총, 국립현충원과 독립기념관이 우리 고장 충청도에 있다는 것은 실로 우연이 아니다.

더욱이 충청도는 5·16군사쿠데타 이후 40년 간 지배해온 경상도 패권주의, 언제나 일방적 우위 속에 기득권을 독점하고 있는 일당지배체제를 종식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곳이다. 충청도가 아니었다면 민주세력의 평화적인 정권교체는 참으로 요원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세월호 대참사사건’ 이후 치러진 6·4지방선거의 결과를 보라. 기득권 세력, 집권여당세력이 총력을 기울여 충청지역을 공략하였지만 참패하였다. ‘이건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잘못된 일이다.’라고 판단이 서면 양심과 신념에 따라 정의롭게 행동하는 곳. 충청도는 바로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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