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망
-양수리를 지나며-
강형철
두꺼운 얼음이 양쪽 강안에
발 벌리고 있는 날
그 얼음 위에 어떤 시인처럼 잠시 세 들고 싶다
얼음 위로 솟은 갈대를 울타리 삼아
한숨 눈을 붙였다가
문득 누군가 그리워지면
손차양 만들어 햇빛을 가리고
눈물 한 방울쯤 얼음 위에 놓아두고
얼음 위를 뒹굴다가
이따금 내리는 눈송이로 이불 삼아
첫날밤처럼 잠들면서
시평) 왜 하필 ‘두꺼운 얼음이 양쪽 강에 발 벌리고 서 있는 날’일까요? 차가운 얼음이 얼어야 이루어지는 사랑, 그래서 눈물도 얼어버리는 그런 찬란한 사랑이겠지요(조용숙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