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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캠핑을 떠나라

“지방선거 당선인들에게 캠핑을 권하고 싶다.당신들을 키운 자연, 서민들이 부대끼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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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6.19 18:19
  • 기자명 By. 안순택 기자
▲ 안 순 택 편집부국장

요즘 대세는 캠핑이다. 신문만 봐도 안다. 광고는 아웃도어 일색이요 캠핑용품 천지다. 유행을 넘어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고향을 떠난 이가 고향을 그리듯 자연의 일부인 사람은 자연으로 가는 꿈을 꾼다. 나도 자연이 되고 싶다. 자연과 동화되어 자연을 향한 갈증을 푸는 행위가 캠핑이다.

가보면 안다. 산과 바다, 하늘과 별과 달, 꽃과 곤충과 야생동물이 사는 자연에 들면 누구나 청정한 자연이 된다. 숨통이 트이고 피가 돌고 도시에서 받았던 상처가 치유되는 느낌이다. 그러니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거 알면서도 너도나도 짐을 꾸려서 떠난다.

우리나라 캠핑 인구의 70% 가량이 가족 캠핑족이란다. 캠핑을 하면 가족이 행복해진다고 입을 모은단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거다. 텐트를 치고 밥을 지으면서 더불어 사는 법과 동시에 독립성까지 무럭무럭 자라는 데다 흙을 밟고, 밤이면 별을 헤면서 자연을 배우니 ‘일석 몇 조’라는 거다.

가고는 싶지만 나이를 생각하면 무리일 거 같아 겁부터 난다. 그럴 때면 캠핑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떠나고 싶을 때 훌쩍 떠나서 마음에 드는 곳에 서면 끝. 산 속에 세우면 아름다운 산은 정원이 되고, 바다에 세우면 바다는 연못이 될 터다. 그런 호기를 생각해 보면 집 팔고 땅 팔고 다 팔고 캠핑카로 세상을 떠도는 ‘자동차 노마드’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800년 전 ‘자동차 노마드’를 꿈꾼 사람이 있었다. 고려말 대 문장가로 ‘동방 문학의 관(冠)’이라 추앙받았던 이규보(李奎報)다. 그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을 들추어 보면 ‘사륜정기(四輪亭紀)’란 글이 있다.

경치 좋은 곳에 가면 경치를 즐기며 쉬었다 가시라 정자가 세워져 있다. 이 정자에 바퀴를 달아 움직일 수 있게 하자. 이런 ‘이동식 정자’의 설계 내용을 적은 글이다.

“여름 한낮에 손님이 찾아오면 동산에 자리를 마련하여 더러는 잠을 즐기기도 하고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는데 경치를 바라보는 건 좋지만 햇볕을 피하여 그늘을 찾아 옮기느라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사방이 트인 정자라면 그런 불편은 없을 것이다”라고 설계하게 된 배경까지 설명해 놓고 있다.

바퀴를 넷으로 하고 그 위에 정자를 짓되, 사방이 6척이고 들보가 둘, 기둥이 넷이며 동서남북에 각각 난간을 만든다. 대나무로 서까래를 만들고 대자리를 엮어 지붕을 얹도록 한 것은 무게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술과 시, 거문고를 좋아해 ‘삼혹호 선생(三酷好 先生)이라 불렸던 이규보가 아니고서는 상상도 못할 기상천외한 발상이 아닐 수 없고, 가다가 멈추면 정자가 된다고 해서 “갈 때가 되면 가고, 그칠 때가 되면 그친다”는 철학적 의미도 부여해 놓았던 것이다.

사방이 뚫린 게 아쉽긴 하지만 이런 ‘이동식 정자’ 하나면 캠핑이 즐거울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 사람이 곧 자연이기 때문이고, 자연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자연은 어머니의 태이기에 몸이 그곳에 들면 마음이 편해지는 거다.

지방선거 당선인들에게도 캠핑을 권하고 싶다. 숲이나 바다로 떠나라는 건 아니다. 당선인들에게 자연은 어디인가. 당신들을 키운 자연, 서민들이 부대끼는 삶 속이다.

걸어서 대전 시내를, 세종 시내를, 충남과 충북 곳곳을 돌아보라. 귀를 열고, 마음을 열고 시민들의 말을 들어보라. 인수위나 관청에 앉아선 보이지 않는 게 거기에 있다.

시민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라는 거다. 가서, 아픔과 슬픔, 고통까지 고스란히 느낀다면 모르긴 해도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확 알게 될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애정이 있어야 제대로 보인다. 시정이나 도정도 그렇다. 애정을 가지면 열정이 일어나고, 치열하게 마음을 쓰면 길이 열린다. 깊은 애정을 느끼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단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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