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의 경기도지사 후보로 당의 요청을 받았던 김문수 현 지사는 이를 고사하며 이미 ‘조선시대 이후 가장 오래한 경기지사’ 라는 어록을 남겼다.
아쉽게도 조선시대 자료까지 구할 순 없었지만, 공주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역대 시장들의 면면을 살펴보니 이준원 시장 역시 해방 이후 가장 오랫동안 공주시의 고을원님 이었다.
그런 그가 8년의 시정을 뒤로하고 야인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이미 1년 전부터 “사랑하는 아내가 암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지금은 시장이 아니라 남편 노릇을 해야 할 때다” 며 3선 도전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예견된 일이긴 했지만, 퇴임일이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이 시장이 온 몸으로 부대낀 지난 8년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서울대 대학원 행정학 박사를 거쳐 공주대 행정학과 교수의 길을 걷던 이준원 시장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공주시장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며 연구의 대상이었던 행정학을 본 무대에서 펼치기 시작했다.
낙후되고 조용한 선비의 고장 백제고도에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일구며 시민들의 삶에 질을 한층 높이는데 기여했다.
터미널, 나래원 화장장, 한옥마을, 2010년 세계대백제전 등 그가 이룬 업적들은 전시민적 공감을 얻고 있다.
세종시가 출범하면서 원안쟁취냐 수정안 수용이냐를 두고 심한 대립의 시기를 맞기도 했으나 시의 수장으로써 원만한 조정자의 역할을 보여주면서 위기를 극복하기도 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재선에 성공했고 시민들로부터 변함없는 사랑을 받으면서 3선 고지를 밟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 돌아가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려던 그의 작은 소망은 온갖 억측으로 무참히 짓밟히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의연함을 잃지 않고 조용히 시장실을 떠나려 하고 있다.
“지난 8년의 경험은 제 인생의 가장 가치 있는 일로, 좋은 추억을 갖고 물러나겠다” 는 이 시장의 퇴임 인사는 시민들의 정서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시민들의 바람 또한 8년의 기억이 오래도록 떠올려지길 바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새로운 시장이 그 자리를 대신하겠지만, 이준원 호의 8년은 역사가 기억하게 될 것이다.
숨 가쁘게 달려온 8년이 저물고 있다.
해피엔딩일지 새드엔딩일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아쉬운 것은 부인의 건강이 하루 속히 호전됐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고, “시민의 부름이 있다면 언제든지 답하겠다” 고 선언했듯이 언제, 어느 때, 어느 자리에서나 지역발전을 위해 고민 해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