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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세평] 페르소나 (Persona)

“고대 그리스 로마시절 배우가 연극무대에서 연기하면서 썼던 가면. 심리학에선 심리학자 칼 융이 사용했던 용어로 타인에게 비치는 자신의 외적 성격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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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7.16 17:03
  • 기자명 By. 충청신문
▲ 송 양 헌 목원대 생의약화학과 교수

요즘 종종 텔레비전을 시청하면서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하였다. 드라마의 배우들이나 가수들의 얼굴에 나타난 모습이 왠지 어색하고 모두가 개성 없이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아이돌이라 불리는 젊은 연예인들은 남녀 모두 공통적으로 콧대가 유난히 도드라지게 서있고 턱은 갸름하며 눈은 째진 듯이 커보였으나 부자연스러웠다. 더구나 중년 이후의 연예인 얼굴은 하나같이 주름 없이 빵빵하며 표정조차도 없어서 얼굴에 하나의 가면을 쓴 것처럼 느껴졌다.

이젠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외모를 바꾸길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손쉽게 성형을 감행한다고 하니 소위 “부모님 날 낳으시고 의사 선생님 날 만드시는” 성형왕국이 도래했나 싶다. 물론 외모에 대한 성형이 특정의 치료 목적이나 개인의 심리적 만족감 같은 순기능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 로마시절 배우가 연극무대에서 연기하면서 썼던 가면이다. 심리학에선 심리학자 칼 융이 사용했던 용어로 타인에게 비치는 자신의 외적 성격을 나타낸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수많은 페르소나(가면)를 지니고 있어서 상황에 따라 적절한 페르소나를 쓰고 자신의 고유한 심리와 사회적 요구 간의 타협을 통해 관계를 이루어가며 적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삶은 연극처럼 진행되며 이 사회는 우리로 하여금 가면을 쓴 채 어떤 배역을 맡도록 요구한다.

결혼하면 배우자와의 관계에 어울리는 페르소나를 써야하고 직장에선 상사와 잘 지낼 수 있는 페르소나가 필요하다.

그러나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는 고유한 마음과 얼굴이 아니라 그 위에 자신이 쓰고 있는 페르소나만이 자신의 본래 모습이라고 믿고 산다면 그는 과연 진정한 자기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묻고 싶다.

성형풍조가 만연하는 사회는 내면의 본래 모습을 가꾸기보다 외형만 중시하고 젊음과 인위적 아름다움만 집착하는 가식적인 삶에 치중되는 것 같아 왠지 슬프고 안타깝다.

우리가 짧은 연극 같은 삶에서 비록 여러 페르소나를 써야 하는 숙명이라도 우리에겐 겉으로 남에게 보여지는 가면의 삶이 아니라 가면 뒤의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무엇이 가치 있는 삶인지 곰곰이 생각하는 삶의 자세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필요하다.

어쭙잖게 타인을 흉내내거나 가면 쓰고 사는 사람은 언제나 고독하며 결코 진정한 행복과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없다.

우리가 아는 소크라테스는 외모가 매우 보잘것없고 항상 똑같은 투니카를 입은 몰골이었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의 겸손한 지혜와 진리를 향한 양심에 매료되었고 그는 여전히 존경과 사랑을 받는 철학자가 된 것이다. 현대의 외모지상주의야말로 가장 천박한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맨 얼굴이 아름다운 이들이여, 가식의 페르소나를 벗어 던져라.

높은 인조 콧대를 가진 여자보다는 맹렬여성 크산티페나 민비, 야성녀 카르멘, 예쁜 미소를 가진 여성은 모두다 정말 아름답다. 개기름이 흐르고 주름 하나 없는 탱탱한 남자보다는 연륜이 묻어나고 근사한 백발이며 아름다운 주름을 가진 남자는 정말 멋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하루하루 깨달아가며 세속적인 것에 집착하지 않고 겸손과 솔직함과 당당함을 드러내며 가면 벗은 맨 얼굴을 가진, 그리고 자신을 중심으로 두지 않고 남을 위해 사는 가치있는 삶을 사는 사람은 더없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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