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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포럼] 창조는 실패를 인정하는 시스템에서 시작된다

“창조성을 촉진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질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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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 2014.07.21 17:12
  • 기자명 By. 충청신문
▲ 구 성 모 ibs 홍보문화팀장

최근 취임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직원들에게 “틀에 박힌 성공보다 창조적 실패가 더욱 가치 있습니다.”라고 하며 창조적 실패와 도전에 대해 강조했다.

그러나 법규 그리고 규정에 묶여있는 공적부분의 구성원들이 그 틀에서 벗어나 얼마나 창조적인 실패를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나, 장관의 취임사는 현 시대의 요구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고 그것이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요즘 널리 사용되는 접착식 메모지 `포스트잇`의 탄생 배경은 매우 재미있다. 1970년 3M 연구원이었던 스펜서 실버는 초강력 접착제 개발을 목표로 연구에 몰두했으나 기대했던 성과를 얻지 못했다.

끈적거리지만 않을 뿐 일반 접착제보다 접착력이 약해서 당시로서는 실패에 가까운 쓸모없는 결과를 얻었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1974년 동료인 아서 프라이가 스펜서의 접착제 연구결과를 활용해 기존의 틀을 깨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스펜서의 접착제 기술을 이용해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서표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실패로 끝난 줄 알았던 스펜서의 접착제 연구가 프라이에 의해 다시 진행됐고, 1977년 마침내 포스트잇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하지만 국내 연구자들은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2011년 국가 R&D과제 성공률이 98.1%라는 것이 그 증거이다. 정부가 성실한 연구수행 시 실패에 대한 불이익을 감면해주는 `성실수행인정 제도`를 마련하였고, `연구개발 재도전 기회 제공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발표했지만 연구자들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안정된 연구과제 지향성은 여전하다.

결국 성실실패(창조적실패 혹은 똑똑한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정착될 때 연구자들의 도전적 연구도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P&G, 3M, BMW 등 글로벌 혁신 기업들은 일찌감치 ‘실패상(賞)’을 시상하거나 ‘실패파티’를 여는 방식 등을 통해 실패를 공론화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국내에서도 KT, 제일기획, 삼성에버랜드, 롯데건설 등 일부 대기업이 이와 유사한 제도를 시도했거나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가시적인 효과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먼저 실패에 대한 명확한 평가 잣대를 기준 삼아 실패를 인정하는 인사고과제 도입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무분별한 실패는 방지하면서도 실패를 인정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고 본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에는 창조와 혁신만이 승리와 생존을 가져온다. 그렇다면 지속성장의 패러다임인 창조성을 어떻게 북돋울 것인가? 기막힌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기만을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슬로건으로 몰아붙일 일도 아니다. 창조는 생태계와 문화의 문제가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설비나 자산에 투자해 왔듯, 이제는 창조성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그리고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안정을 추구하는 심리를 탈피하는 것 역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조직이든 아무리 덩치가 커도 빠르게 변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델 컴퓨터는 중간상인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컴퓨터를 판매했다. 재즈의 전설 찰리 파커는 통념을 깨고 굉장히 빠른 기법으로 금지된 음을 연주했다.

이들은 모두 틀을 깨고 나와 성공을 거둔 본보기이다. 위대한 회사들은 위대한 아이디어를 먹고 성장한다. 어찌 보면 요즘 세상에서는 안전하게 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GM은 안전하게 가다가 결국 파산보호신청을 했었고 맥스웰 하우스는 대담하고 창의적인 스타벅스에게 커피 산업의 선두 자리를 빼앗겼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예외일 수 없다.

필자는 창조성을 촉진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질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본다. 결여되어 있는 것은 개인이나 그룹의 창조적인 탤런트가 아니다. 창조적인 재능을 발산시켜주는 시스템이 결여되어 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정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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