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반가운 손님’은 없다. 왜냐하면 ‘손’이란 날수에 따라 네 방위를 돌아다니며 사람에게 해코지를 하는 나쁜 귀신이다. 이 악령에 존칭어 ‘님’을 붙인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그래도 반갑게 맞아주어야 하는 게 ‘손’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낯선 곳에서 온 낯선 손님을 환대하는 습속은 세계가 공통이다. 낯선 손님은 악령을 몰고 올 수도 있기에 이를 환대하여 해코지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원시의 사고방식이 이인환대(異人歡待)의 습속을 있게 했다는 게 정설로 돼있다.
▷“초하룻날 동쪽 벽에 못 박지 말고, 닷새 날 남쪽으로 가지 말며, 여드렛날 북쪽을 조심하라”고 한다. 특정한 날짜에 일진과 방위를 무시하고 아무 데나 못을 박으면 눈에 핏줄이 서는 등 동티가 난다는 뜻이다. 이게 다 ‘손’ 때문이다. 손은 열흘 단위로 날짜와 방위를 옮겨 다니며 훼방을 놓는다고 여겼다. 음력 날 끝수 1·2일엔 동, 3·4일엔 남, 5·6일엔 서, 7·8일엔 북쪽에 있으며 9·0일에는 하늘로 올라간단다. 그래서 매달 음력 9, 10, 19, 20, 29, 30일은 손 없는 날이 된다.
▷이사 갈 때는 손 없는 날을 찾고, 혼인날은 길일(吉日)을 잡는다. 혼인한 자녀 살림집에 가구 들이는 날을 잡기도 한다. 그 날짜에 가구가 준비되지 않으면 전기밥솥이라도 먼저 가져간다. 말로는 “그런 게 무슨 대수야” 하면서도 속으론 “기왕이면 좋다는 대로 하지 뭘”하는 셈이다. 이유야 단순하기 짝이 없다.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손 없는 날도 그렇게 보면 다 이해가 된다. 이사를 앞두고 들뜬 마음을 다잡고 어수선한 주변에 휩쓸려 실수하지 말라는 뜻일 듯하다.
▷또한 새집에서 새 출발하면서 허황되지 말고 겸허한 마음으로 시작하라는 의미도 담겨있을 것이다. 오늘 충청신문이 이사를 한다. 용두동으로 옮겨 동서대로 시대를 활짝 연다. 동서대로는 대전의 동쪽과 서쪽을 연결하는 도로지만 충청신문은 이 도로를 더욱 확장해 충북의 소백산에서 충남의 외연도까지 충청권 모든 곳 구석구석 충청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까지 오롯이 담아낼 것을 약속드린다. 겸허한 마음으로. 날을 따져보니 손 없는 날은 아니고 이사하기에 무난한 날이다.
안순택 <편집부국장>